지금의 우희종을 만든 고민과 성찰의 연속

우희종 교수의 20대는 고민과 성찰의 연속이라고 평할 수 있다. 20대 때 나타난 그의 치열한 고민은 지금 우 교수가 가진 신념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우 교수가 ‘사춘기 때의 정체성 정립 과정’이라 평한 그의 첫 고민은 바로 ‘왜 사는가’ 이었다. “사람은 언젠간 죽죠. 그 사실 때문에 그 땐 왜 공부를 해야 하고, 무엇을 위해 살며, 윗사람에게 자리 양보하고 기득권 체제를 지켜야 하는지 납득이 안 되었었어요. 그 고민에 빠져있다 보니 대학교 처음엔 학사경고도 맞고 공부도 잘 안했었죠”

그러다 우 교수는 대학교 2학년 때 친구들과 놀러간 해남반도의 명사십리에서 별을 보면서 문득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한다. “‘모든 생명은 관계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는 그 다음부터 사람들에게 보탬이 되는 삶을 살고자 했다. 그 도구로 과학을 선택하게 되고, 공부를 열심히 해 교수가 되었다. “이 고민을 통해 제 신념이 된 ‘모든 생명은 관계를 통해 이어져 있다’는 생각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우 교수의 공부를 방해하는 고민이 나타난다. 바로 자신이 선택한 과학에 대한 회의였다. “‘내가 이걸 안 해도 나중에 누군가는 할 것이 아닌가? 그러니 내게 단 한번인 20대를 실험실에 처박혀서 보내야 되는가?’라는 고뇌가 생기더군요” 그러면서 그는 과학을 해야 하는 이유를 찾아서 과학철학 서적에 관심을 갖고 탐독하기 시작한다.

우 교수는 과학철학 서적인 폴 파이어라벤트의 「Against Method」을 꺼내 들었다. 그는 과학의 객관성을 부정하는 ‘후기 구조주의’ 사상이 담긴 책이라고 설명했다. 파이어라벤트는 갈릴레이 같은 과학자들이 과학적 연구를 해 온 방법을 분석, 철저한 사례연구를 통해 진리를 찾는 '과학적‘ 방법은 존재하지 않으며 과학자들은 각자가 연구하는 주제에 맞게 그 때마다 적합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우 교수는 20대를 상징하는 물건으로 과학철학자 폴 파이어라벤트의 『Against Method』를 꼽았다. ⓒ 김용식 기자

그는 이 책이 자신의 20대를 상징하는 물건이라 말한다. “저는 이 책을 읽는 것을 비롯한 여러 고민을 통해 과학은 객관적인 게 아니라 주관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사실을 알면서부터 과학에 대한 매력을 다시금 갖게 되었죠”

우 교수는 자신과 같은 신념을 갖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답했다. 그는 20대를 향해 “남이 하라고 하는 것에 끌려가지 말고 자신이 정말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며 “이를 통해서만 자신의 일에 몰입할 수 있고, 충실한 삶을 살게 될 수 있습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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