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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집회 문화의 새로운 흐름80년대부터 오늘까지를 한눈에
권혜림 김정현 기자 | 승인 2011.03.29 16:37

홍익대에서 청소노동자들의 집회가 일어났던 지난해 겨울, 노동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점거한 홍대 대학본부 1층 로비에는 평소에 볼 수 없던 특이한 진풍경이 펼쳐졌다. 대학생들이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노래 리듬에 맞춰 청소를 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홍대 청소노동자를 지지하는 대학생들인 ‘데굴데굴’이 보여준 퍼포먼스다.

최근 집회 현장에 대학생들이 나타나는 순간 이런 광경이 펼쳐지곤 한다. ‘집회’하면 결연한 투쟁 선포, 어두운 분위기를 떠올리지만, 대학생들은 이런 편견 위에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번 사회기획은 변화하는 대학생들의 집회ㆍ시위문화 흐름과 변화의 원인을 알아보았다.

집회가 곧 대학생 문화였다니! 대학생 집회 열기가 최고였던 80년대

집회ㆍ시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폭력적이거나 결연하고, 투쟁적인 분위기를 떠올리곤 했다. 이는 80년대의 집회와 시위에 대한 기억들 때문이다. 대학생 집회도 80년대에는 마찬가지였다. 당시 우리학교의 대학생 시위에 한 축을 담당했던 80년대 학번 동문들은 모두 “밝은 분위기보다 결연하고 투쟁적인 분위기로 가득했다”며 “민주화 투쟁과 사회 변혁에 대한 의지를 갖고 집회에 임했기 때문”이라고 회상한다.

   
▲ 80년대 학생운동의 상징인 1986년 10.28 건대항쟁 ⓒ 총학생회

허나 8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집회는 대중적이지 않았다. 80년대 문과대학 학생회에서 활동했던 한 선배는 “집회에 참여하는 선배들도 워낙 소수였다”고 답했다. 하지만, 광주 민주화 운동과 10.28 건대항쟁 등을 거치며 대학교에 집회 문화가 들불처럼 번져나가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고 한다.

80년대 중후반이 되면 대학의 문화가 곧 ‘집회’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집회가 많았다. 89년도 총학생회에서 총무부장을 맡았던 한 동문은 “한주에 세 번은 집회가 있었다”며 “시험 때는 잠깐 주춤하지만, 중간고사 직후인 4월부터 4ㆍ19, 5ㆍ18 기념일이 있는 5월까지는 매일매일이 집회”라고 말했다. 집회가 마치 회사 일정처럼 일정하게 반복되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월요일에 투쟁선포식으로 한 주를 시작하고, 화요일엔 월요일에 붙잡혀간 학우들을 위해 석방 촉구대회를 연다. 수요일엔 훈방된 학우들을 위한 탈출보고대회를 하고 목요일 하루를 쉰 후 금요일 다시 정기 집회를 했었다고 한다.

   
▲ 건대항쟁 당시 다친 친구를 살리기 위해 전경에 투항하는 모습 ⓒ 총학생회

이 정도로 집회가 많다보니 대학에는 전경이 항상 상주했다. 집회가 있을 때마다 전경과 대학생들은 서로 부딪혔고, 대학생들이 다치고 붙잡혀 가는 것은 일상다반사였다. 정보영(문과대ㆍ철학91졸) 동문은 “정문(현 후문) 근처 사회과학관(현 경영관) 건물 앞이 경계선이었다”며 “밖으로 나가면 붙잡히니 우리는 그 뒤 사거리에 모여 스크럼(전경들에 맞설 수 있게 정돈해 선 대열)을 짜고 조를 나눠 보도블럭 조각ㆍ화염병을 던지거나 공수했다”고 말했다.

대부분 문화가 투쟁적이고 진지했었으나, 민주화가 이뤄진 후에는 점점 밝은 춤과 율동, 노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90년대 초 한총련에서 활동했던 한 동문은 “91년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라는 노래를 시작으로 집회가 밝아지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영문과 출신의 또 다른 동문은 “노가리(노태우 전 대통령을 빗댐), 부시탄(최루탄, 당시 미대통령 조지 부시를 빗댐) 같은 가사같이 풍자적인 노래를 지어 부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흐름에 맞춰 딱딱한 옷을 벗은 대학생들의 집회

이제 대학생 집회에서 부담스럽고 꺼려지는 문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2003년 노무현 전 통령 탄핵반대 촛불집회 등을 거치며 대학생들의 인식개선을 위한 톡톡 튀는 집회 방식이 속속들이 나타났다. 그 중 몇 가지 사례를 만나봤다.

지난 1월 홍대 미화노동자 파업 때 청소 퍼포먼스를 보여준 대학생들이 있었다. 홍익대 ‘데굴데굴’이 바로 그들이다. 데굴데굴의 회원인 임민지(예술학부4) 학생은 “청소 퍼포먼스는 본래 홍대 앞에서 플래시몹으로 기획되었는데 인원이 부족하여 내러티브를 지닌 퍼포먼스로 변경됐었다”며 “이후 복면을 쓰고 홍대 앞거리를 청소를 하고 포스터 부착이나 청소 노동자 분들의 작업복을 이용해 설치작품을 만들기도 했다”고 전했다.

   
▲ 홍대 대학생들인 '데굴데굴'의 퍼포먼스는 새로운 대학생 집회 문화의 한 모습이다 ⓒ 연합뉴스

근로자의 날의 전날인 4월 30일에는 항상 집회가 열린다. 매년 대학생들이 모여 명동, 홍대 등 거리에서 같이 구호도 외치고, 이를 알리기 위한 선전 활동과 더불어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을 끌기 위함이다. 우리대학 어광득(법과대ㆍ법4) 학우는 “작년에는 이명박 대통령 가면을 쓴 사람이 노동권과 관련된 구호가 적힌 피켓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했다”며 “이때 피켓을 들고 있던 노동자 역할의 학생들이 쓰러지는 시늉을 한다”며 당시 행사를 묘사했다.

이번 달 화제가 됐던 고대, 연대, 이대 공동 미화노동자 파업에서 고려대 학생들은 권투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퍼포먼스를 주최한 고려대 조상호(경영3) 학생은 “성우가 해설을 하면서 권투선수가 인간 샌드백을 하면 사람을 많이 모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권투가 가진 폭력성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선수에게 노동조합 조끼를 입히고 맞게 하면서 노동자의 수난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상호 학생은 “기존의 집회의 표현방식이 현재 세대와 맞지 않아 전달력과 호소력이 떨어진다는 고민이 있었다”며 “따라서 젊은 세대의 기호와 표현 방식에 맞으면서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훼손하지 않고 전달할 수 있는 표현 방식을 기획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날 배치해 둔 자율모금함에 11만3천원이 모인 것은 많은 학생들의 주목을 끌었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

   
▲ 2010년 G20 반대 민중공동행동에서의 대학생 퍼포먼스 ⓒ Left21

어광득(법과대ㆍ법4)학우는 “시끄럽고 교통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또는 폭력 시위를 떠올리며 집회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며 “요즘에는 SNS, 거리 공연, 문화제 등 시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으니 일단 집회에서 무엇을 얘기하는지 왜 사람들이 도심에서 소리 칠 수밖에 없는지를, 잠깐이라도 멈추어 이야기를 들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집회문화 변화는 “개인ㆍ시대의 변화”…집회의 신선한 변화 위해 노력해야

대학생들의 집회문화가 즐기는 집회, 재미있는 집회로 성격이 변하는 흐름을 보이는 원인은 무엇일까? 촛불시위를 통해 집회의 문화를 연구한 배재대 김욱(정치외교학) 교수는 세대 간 가치관의 차이를 원인으로 본다. 김 교수는 “어린 시절 당시의 사회경제적 상황이 한 개인의 가치관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며 “상대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란 젊은 세대들은 이전의 세대에 비해 탈물질주의적 가치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논했다. 경제적 안정, 직업 뿐 아니라 인권, 정의, 삶의 질 같은 가치에 대해서도 상당한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생존권을 걸고 싸우는 노동자들의 집회에 비해 대학생들의 집회에서는 자신의 소신을 표현하는 방식을 띠게 되고, 참여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 발견된다는 의미다.

   
▲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때의 '디시인사이드' 정치·사회 갤러리 회원들의 참여는 네티즌 문화가 집회로 나타난 새로운 집회문화의 사례다. ⓒ 디시인사이드

한국진보연대 민생위원회의 김동규 국장은 사회의 변화가 집회문화의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평했다. 그는 “80년대는 집회시위 자체에 인생과 목숨을 걸어야 했었고, 대학생들은 민주주의와 남북통일이라는 역사적 책임을 지고 임했다”며 “지금은 민주주의가 확장되며 사회는 이전과 다른 큰 변화를 맞이했고, 이는 대학생들의 집회에 대한 생각도 바꾸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변화해 나가는 집회 문화가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 사회 일각에서는 가벼움, 이성적인 신중함보다 즉흥적인 감성에 치우친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 게 사실이다. 허나 김욱 교수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것일 뿐”이라며 “새로운 방식의 시위 및 집회 문화는 민주정치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민주주의 발전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사회참여를 하는 구성원이 늘어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 2008년 촛불집회는 참여를 '즐기는' 문화제 형식의 집회 문화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는다 ⓒ 연합뉴스

김동규 국장은 집회의 문화가 더욱 더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깨어있는 대학생들의 새로운 도전과 참여로 ‘이런 삶의 방식도 있구나, 이렇게 사는 것도 참 의미있구나, 더불어 사는 것도 참 재미있구나’와 같은 경험과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며 “대학생 뿐 아니라 시민단체도, 노동조합도 낡은 관성을 버리고 새로운 집회시위문화를 창조하기 위해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혜림 김정현 기자  kkpress@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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