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책을 보는 것 같았다. 2011년 대낮에 경찰은 ‘자본주의 연구회’ 전 회원들을 긴급체포하고 집을 압수수색했다. 800 페이지가 넘는 압수수색 영장을 던지며 카메라로 연신 아무 것도 없는 좁은 대학생들의 집을 찍어댔다. 책장에 있는 많은 책들과 서류들은 교보문고에서 팔리는 책이었고 서류들은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유명 교수들의 글이었다.

압수수색 영장에 쓰여 있는 선배들의 죄목은 이 것이었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고 마르크스주의 계급혁명을 선동했다.”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사회를 말하며 평화ㆍ군축을 주장했다.”

기가 막혔다. <자본론>은 한해에도 2만권 넘게 팔리는 스테디셀러다. 이보다 더 선동적이라 할 수 있는 <공산당 선언>은 고등학교 논술교재로도 쓰인다. 전쟁 위험이 늘 도사리는 한반도에 사는 사람이 평화, 군축 주장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되지도 않는 이유로 자본주의연구회를 잡아넣으려 한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자본주의 연구회는 미국의 금융공황, 남유럽 경제위기, 한-미 FTA, 무상급식과 복지논쟁, 신자유주의 몰락 등 항상 사회의 쟁점들을 누구보다 먼저 토론해 왔다. 이런 주제들을 다룬 대안경제캠프를 거쳐 간 교수님이 500여명, 대학생이 3000명이 넘는다. 이명박 정부가 자본주의연구회를 짓밟고자 한 것은 그들에게 가장 아킬레스건인 주제를 많은 사람들과 함께 토론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기 때문이 아닐까?

건대 학우들에게 제안한다. 우리가 사는 지금, <자본주의>를 학습하지 않으면 미래를 예측할 수도, 준비할 수도 없다. 저 멀리 중동에서부터 자본주의의 유토피아 미국에서도 자본주의에 거대한 균열이 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미래는 자본주의의 끝자락을 잡고 늘어진 이명박과 미국의 길과 결별하고 새로 만들어야 한다.

20년 전에 민주주의가 이렇게 확립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10년 전에 미국부터 망하는 경제위기가 오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우리 앞에 놓인 10년은 우리에게 더 큰 시야와 과감한 상상력을 요구한다. 지금과 같은 때, 자본주의 학습에 길이 있고 미래가 있고 대안이 있다. 시대의 본질을 학습하지 않는다면 어떤 상상력도 대안도 만들 수 없다.

건대 학우들이여, 함께 학습하고 함께 대안을 찾아가자. 자본주의 연구회는 자본주의의 끝자락을 잡고 늘어지는 이명박 정부에 더욱 새로운 연구들로 답할 것이며 계속해서 회원 모집 사업을 해 나가면서 더 많은 대학생과 새로운 상상들을 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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