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의 발전기금본부가 11일 새천년관 우곡국제회의장에서 많은 내외 귀빈들이 참석한 가운데 출범식을 가졌다. 이번 발전기금본부의 출범은 단순히 대학 내에 새로운 기구가 하나 더 생기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본부가 앞으로 해낼 것으로 기대되는 일들은 바로 우리 대학의 미래 청사진과도 상당 부분 그 궤를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개월 동안 우리 대학의 구성원들은 많은 일들을 해왔다. 그래서 학교의 변화 속도가 숨 가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실제 그럴 것이 짧은 시간동안 우리 대학이 해온 일들은 과거에 몇 년 동안 한 일보다 더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동안 우리가 한 일들은 대단한 일이라기보다는 진즉 이루었어야 하는 일이었다. 그러한 개혁작업조차 이루어내지 못한다면 더 이상의 발전과 도약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전기금본부의 출범은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이 조직은 기존의 학교 행정조직과는 그 성격을 달리한다. 이 조직은 현재에 위치해 있지만 철저히 미래를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다. 조직을 만들고 운용하는 코스트(비용)와 베네피트(혜택)를 비교해보면 코스트는 현재가 부담해야 하지만 그 베네피트는 미래의 구성원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더 크다. 마치 옛날 우리 부모세대들이 보리고개에 굶으면서도 종자씨앗은 고이 간직해 파종했듯이 발전기금본부 역시 미래를 위해 현재에 씨앗을 뿌리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 본부의 출범은 우리대학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미래대비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국립대이든 사립대이든, 또한 국내대학이든 외국의 유명대학이든 정부나 대학법인이 학교에 투입할 수 있는 돈은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당장 국립 서울대만 하더라도 정부 지원금은 연간 예산의 30% 미만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등록금 수입과 각종 연구지원금 등으로 구성된다. 외국의 유명대학도 대학운영의 상당한 부분이 모금액으로 충당된다. 2008년 더 타임스의 대학평가 자료에 따르면 2007년의 경우 하버드대학은 6140억원의 발전기금이 들어왔으며 콜럼비아대학 4238억원 코넬대학 4062억원 등의 순이었다. 서울대의 경우 발전기금 모금이 대학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판단아래 2006년부터 발전기금조직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서울대는 2009년에 발전기금본부에 상근직원을 32명 배치했다가 지난해에는 52명으로 대폭 증원했다.

이들 직원은 기획홍보팀, 출연예우팀, 통합조정팀, 자금운영집행팀으로 나뉘어 동문과 기업 그리고 독지가 등을 상대로 전문적이며 조직적으로 발전기금 모금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방대한 발전기금본부 조직을 갖고 있는 서울대조차도 2014년까지 5천억원의 발전기금 기부 약정을 받아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버드대학의 한 해 발전기금 수입에도 못미치는 액수인 것이다.

우리 대학의 발전기금 모금은 이제 시작에 착수했을 뿐이다. 물론 첫 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이 늘 시작이 반이다. 발전기금본부가 빨리 뿌리를 내려 우리대학의 미래를 위한 좋은 씨앗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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