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이사회 권한 강화되고 투명성 장담 못 해

조전혁 의원(한나라당)이 발의한 ‘사립학교법전부개정법률안’(아래 개정안)은 개방형이사제 폐지, 대학평의원회 폐지 등 사립학교의 투명 경영과 민주적 의사 결정 구조를 개정하는 것이어서 법안 심사의 귀추가 주목된다.

개방형 이사제 폐지, 사학 투명경영 장담 못해

개정안의 핵심내용인 개방형이사제 폐지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조 의원은 “개방이사는 기업의 주주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뽑는 사외이사와는 완전히 다르다”며 “학교를 위해 일하는 고용인(교수, 직원)이 이사를 뽑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대학교육연구소 김재삼 연구원은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감사를 진행한 대다수의 대학이 크고 작은 비리로 적발됐다”며 사학의 투명경영을 위한 개방형이사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사학의 부정부패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크다. 최근 5년간 교과부 감사로 적발돼 생긴 손실액은 약 2765억원에 이른다. 대학당 평균으로 따지면 약 61억원 정도다.

2005년 당시 개방형이사제와 대학평의원회 도입을 골자로 한 사학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복기왕 의원(현 아산시장)은 “폐쇄적이었던 사립학교 법인 이사회에 개방이사가 참여하면 부패와 전횡을 견제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안민석 의원(민주당)도 “개방이사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왜곡시킨 것도 모자라 아예 폐지를 하려고 하는 것은 한나라당이 사립학교 운영의 투명성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개방형이사제는 제도 도입 당시의 입법 의도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의 ‘사립대학부정ㆍ비리실태와개선방안연구’에 따르면 2010년 8월 기준 154개 대학 342명의 개방이사 중 다른 학교법인의 관계자가 13.2%(45명)을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대학의 이기우 개방이사도 재능대학의 총장을 맡고 있다.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은 아직도 개방이사를 선임하지 않았다.

안민석 의원은 “개방형이사제를 폐지한다는 것은 학교민주화에 대한 확인사살이나 다름없다”며 “개방이사 선임 과정에서 학교 구성원들의 요구와 이해가 잘 반영되도록 하고 개방이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할청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

평의원회 폐지되면 구성원 의견 수렴통로 사라져

대학평의원회는 교수와 학생, 직원으로 구성돼 대학의 발전과 교육에 관한 중요사항을 결정하는 기구이다. 지난 2005년 개정된 사립학교법에 의해 각 대학은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대학의 발전계획 △학칙의 제정 또는 개정 △대학교육과정의 운영 △개방이사추천위원회 등을 심의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발의해 대학평의원회의 역할을 명확히 한 복기왕 의원(현 아산시장)은 “대학 내에서 민주적으로 학생과 교수, 직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대학평의원회는 대학 자치의 기틀이다”며 “대학발전의 초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대학평의원회는 기존의 입법 의도에 걸맞는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김상희 민주당 의원실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홍익대 등 11개의 대학은 대학평의원회를 구성조차 하지 않고 있으며 이 외에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하는 평의원회를 운영하는 대학은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대학평의원회의 구성에 가장 문제가 많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대학평의원회는 가장 핵심 주체인 학생들의 비중이 적고 학교법인이나 대학운영자를 대표하는 인사의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대학의 평의원회는 교수대표 5인, 직원대표 2인, 학생대표 2인, 동문회대표 1인, 외부인사 1인의 총 11인으로 구성돼 있다. 전반적인 사립대학의 유명무실한 평의원회와는 달리 우리대학의 평의원회는 비교적 정상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고 한다. 동문회대표로 우리대학 평의원인 김시명(축산ㆍ70졸) 동문은 “우리대학 평의원회는 다른 대학보다 일찍 개회해 다른 대학의 참고 모델이 되고 있다”며 “비교적 정상적으로 운영되며 점점 발전할 것”으로 바라봤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은 새로이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경영권 침해를 이유로 대학평의원회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조전혁 의원은 “대학에는 총장과 이사회가 실질적으로 학교 정책을 심의하는데 평의원회에서 또 심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대학평의원회는 대학 3주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장치로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다. 우리대학 평의원인 충주캠퍼스 김건우(자연대ㆍ전산수학4) 총학생회장은 “대학평의원회가 폐지되면 학생들의 권리보장, 교육여건 개선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바라봤다. 그렇기에 “법령에 어긋나게 대학평의원회를 운영할 경우 행ㆍ재정적 제재를 가할 필요도 있다”고 말하는 안민석 의원처럼 대학평의원회가 지금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법안을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입법 의도에 맞게 운영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일 것이다.

회계 통합 시 자금 투명성

현재의 사립학교법은 학교법인의 회계를 법인이 경영하는 학교에 속하는 회계와 법인의 업무에 속하는 회계로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다. 학교에 속하는 회계는 교비회계와 부속병원이 있는 경우 부속병원회계를 나타낸다. 법인 업무에 속하는 회계는 일반회계와 수익사업회계를 의미한다.

학생들이 납부하는 등록금은 교비회계로 책정되기 때문에 법인이 다른 수익사업을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만약 교비회계와 법인회계가 통합되어 있다면 법인은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채워지는 교비회계를 통해 수익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결국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주식에 투자하거나 부지를 매입하고 건물을 짓는 부동산 사업 등을 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은 이처럼 분리되어야 하는 사학의 회계를 하나로 통합해야한다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조전혁 의원은 수익사업에 교비회계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교비회계를 통한 수익사업의 확장을 나쁜 구조로 볼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근거로 대학발전에서의 역사성을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 사립대학들은 동문들이 낸 등록금으로 학교를 키웠다”면서 “그 등록금으로 건물을 짓고 좋은 시설을 만들고 또 그 이후의 등록금으로 학교를 발전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회계를 통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안민석 의원은 “교비회계와 법인회계의 분리는 법인이 학교를 통해 이득을 취하는 불건전한 운영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동안의 사학비리는 법인이 교비회계의 돈을 횡령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에 안민석 의원은 “기본적인 법정부담금조차 내지 않는 법인이 상당수인 상황에서 교비회계와 법인회계를 통합한다면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구성되는 교비회계가 손실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에서 교비회계와 법인회계를 분리해 놓은 사학은 우리나라밖에 없다. 그 이유에 대해 김재삼 연구원은 “우리나라만큼 사학의 비중이 높은 국가는 없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단순히 수익사업의 유연화를 위해 교비회계와 법인회계를 통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복기왕 시장은 개정안에 대해 “학생들보다는 사학법인을 위한 법률”이라고 말했다. 결국 회계의 통합은 스스로 사학의 투명성을 손상시키는 개정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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