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0월, 대학교육협의회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이 참여하는 서울 8개 대학 교수협의회 연합에서는 언론사 주도 대학평가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이 대학들은 말과는 다르게 이번 2011년 조선일보-QS 대학평가에 참여했다. 대학들은 “평가가 좋아서, 신뢰할 수 있어서라기 보단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참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대학은 사뭇 다른 입장인 듯하다. 김진규 총장은 행사 때마다 대학평가에서 우리대학 떨어진 우리대학 순위에 대해 계속 언급하고 있으며 교무위원들은 조선일보 대학순위가 떨어졌다고 전원 사퇴서를 제출하는 과잉반응을 보이기까지 했다. 우리대학이 이렇게 조선일보 평가에 목을 맬 필요가 있는 것인가.

이번에 나온 조선일보 평가만을 보고 이야기해보자. 조선일보의 평가 분야는 연구능력(60%), 교육수준(20%), 국제화(10%), 평판도(10%)로 구성돼 있다. 반 이상이 연구능력과 관련돼 있는 것이다. 대학은 고등교육기관으로 전문적인 교육과 연구를 하는 기관이다. 그런데 교육환경이 차지하는 비율은 20%밖에 안 되며 평가 지표도 교원당 학생 수가 전부다. 조선일보 대학평가가 과연 ‘대학평가’라는 이름으로 불릴 만큼 신뢰성 있는 평가인지 의심이 드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연구능력 지표도 신뢰하기 어렵다. 연구능력 지표(60%) 중 50%가 학계평가(30%)에 의존한다. 학계평가는 ‘아시아 대학의 연구에 대해 잘 아는 1만563명의 학자들이 자신의 학문분야에서 탁월한 대학을 자국 내에서 최대 10개, 해외 대학에서 최대 30개를 뽑아 달라는 질문에 대해 보내온 응답을 합산’해 산출한 것이다. 아시아 대학의 연구에 대해 잘 안다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고를 수 있는 자국 대학이 최대 10개, 해외 대학이 최대 30개인 것도 신뢰할만한 평가지표로 보기 어렵다.

더 중요한 문제는 전체적인 점수를 합산해 종합순위를 계산하는 것이다. 이는 대학의 개별 특성을 무시한 일방적인 대학 서열화를 조장하고 있다. 연구 환경 이외에 다른 환경이 좋은 대학은 어떤 지표를 동원해도 연구 환경이 좋은 대학보다 낮은 순위일 수밖에 없다.

물론 대학평가가 우리대학의 약점을 보충하고 발전방향을 제시하는데 참고사항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대학평가가 전부는 아니다. 김진규 총장은 “앞으로 고등학생 수가 대학생 정원보다 적은 시대가 온다”며 “누가 20위권 대학에 오고 싶겠느냐”고 발언한 적이 있다. 변별력 없는 지표로 우리대학의 정확한 순위를 심사할 수 있겠는가. 한줄 세우기식 대학교 평가에 연연하다가는 대학의 진정한 발전과는 멀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대학본부는 신뢰할 수 없는 조선일보 대학평가에 목매달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진정한 대학발전이 무엇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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