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민 학우의 문학의 창[3]

여행이라는 단어처럼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말이 또 있을까요. 낯선 풍경이 보이는 버스 창가에 앉아 생각합니다. 왜 우리는 여행에 설레는 걸까. 왜 우리는 굳이 낯선 어딘가를 떠나기를 원하는 걸까. 같은 풍경, 같은 사람, 같은 장소, 같은 일정 속에서 우리는 안정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때로는 지루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일상이라는 깊은 바다 속으로 빠져들 때 우리의 영혼은 무뎌지게 되지요. 지친 영혼은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그래서 결국 네가 원하는 것은 뭔데?’ 당신은 알고 있나요. 그대가 지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로버트 M. 피어시그의「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이라는 길고 기묘한 이름의 소설이 있습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은 아들과 함께 모터사이클을 타고 아메리카 대륙을 가로지르는 여행을 하지요. 주인공은 모터사이클을 관리하는 법에 비유해 합리적인 이성을 어떻게 운용하는지에 대해 흥미로운 탐구를 펼쳐나갑니다. 그에게 모터사이클 여행이란 탐구와 사색의 과정인 거지요. 어렸을 때부터 신동이었던 주인공은 파이드로스라는 자아를 만들며 정신분열을 일으키게 된답니다.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있는 동안 과거의 기억을 모두 잃고서 다시 정상인으로 돌아와 아들과 함께 모터사이클 여행을 시작하게 되지요. 자신의 과거를 찾기 위해, 진정한 가치를 탐구하기 위해, 아들과 교감을 하기 위해서 그는 모터사이클 하나에 몸을 싣고 거친 도로를 달리며 보고, 듣고, 말하고, 느끼고, 생각합니다.

소설을 읽으며 문득 모터사이클을 타고 달리는 파이드로스의 모습이 우리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점차 과거를 잊어가고, 미래를 고민하고, 진정한 가치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니까요. 단지 우리는 그와 달리 여전히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모르고 있다는 것이 차이일거에요. 짧게라도, 가까운 곳이라도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나보세요. 잠깐의 낯설고 이질적인 순간 속에서도 우리는 참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지금 그대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책과 카메라, 용기 한 조각일 뿐이에요. 버스를 기다릴 때나, 기차가 연착되어 늦게 올 때나, 먼 거리를 걸어야할 때 꼭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그래서 결국 네가 원하는 것은 뭔데?’ 여행을 떠나 그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요. 당신의 마음이 간절히 원하는 무엇인가를 알기위해서.

 

 

   

 

  

  김선민 학우    
(문과대ㆍ국문4휴)    
2007년 <건대신문> 문화상 소설부문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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