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3일과 24일에 걸쳐 1박2일로 진행된 2012학년도 교무위원 워크숍은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과제와 가야할 방향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고민을 공유한 자리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서울과 글로컬캠퍼스의 교무위원 전원과 법인 간부들 그리고 양 캠퍼스의 본부 팀장들 다수가 참석한 이번 워크숍에서는 주요 업무보고에 이어 대학발전방안에 대한 분임토의의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업무보고 중 곽진영 기획부처장이 보고한 우리대학 평판도 조사결과는 외부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한 객관적인 자료였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R&R에 의뢰하여 전국의 기업체 인사담당자와 고교 진학지도교사 12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평판도 조사의 결과는 우리에게 실망감을 안겨주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피조사자들에게 건국대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물었을 때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이 “별로 생각나는 것이 없다”거나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반면 다른 대학의 이미지는 ‘취업을 상당히 많이 하는 대학’(성균관대, 중앙대)이라거나 ‘금융학부’(숭실대), ‘금융파이낸스’(인하대), ‘반도체 시스템학과’(성균관대) 등의 대답이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전자공학 하면 광운대 전자공학과가 생각하고 건국대는 생각나지 않아요. 법대를 생각하면 성균관대 법대가 생각나지 건국대 법대가 생각나지 않아요. 학교 레벨로 보면 광운대, 동국대보다는 높게 평가되지만…”(광주전남지역 인사담당자)라는 대답도 있었다고 한다.

왜 이런 대답이 나올까.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우리대학은 지난 십수년동안 획기적인 발전과 변화를 만들어냈지 않은가. 모처럼 우리 대학을 찾은 사람들은 예외없이 “건국대가 이처럼 발전했는지는 몰랐다”거나 “실제 와보니 옛날 생각하던 건국대와는 너무 많이 달라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는가. ‘학교 평판도’ 분야 분임토의에 참가한 교무위원들의 분석과 진단은 매우 날카로왔다. 우리는 지난 10여년간 외형적인 발전만을 추구해왔으며 눈에 보이는 변화에 스스로 도취해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학교를 직접 방문할 기회를 갖지못한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가 옛날에 비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인식시킬 구체적인 콘텐츠를 만들지 못했다는 진단이었다. ‘껍데기만 번지러하고 내실이 없었다’는 자성은 그동안 건국대라고 하면 반사적으로 떠오를만한 선호학과나 특성화학과를 만들지 못했다는 말에 다름이 아니다. 우리가 스스로에 자족하고 있을 때 경쟁대학들은 피나는 구조조정과 내실있는 변화를 만들어 내어 대중에게 학교의 변화와 발전을 인식시키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 학교 구성원들의 조직문화도 지적됐다. 미래에 대한 치열한 고민없이 변화에 대해 무조건적인 거부감을 보이는 문화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일부이기는 하지만 열심히 연구하는 교수나 학교를 위해 헌신하려는 직원들이 주위 동료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떠한 개혁도 성공할 수 없다. 또 이런 분위기는 알게 모르게 사람들에게 전달되어 학교의 평판도 상승도 불가능해진다.

흔히들 평판도는 홍보에 의해 좌우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틀린 생각이다. 평판도는 그 학교가 가진 역량과 발전 가능성 그리고 학생들의 실력과 취업률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하여 만들어진다. 언론을 통한 홍보에 아무리 많은 돈을 쏟아 붓는다 하더라도 남들이 알아줄만한 콘텐츠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평판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번 워크샵의 가장 큰 성과는 교무위원들이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개혁의 당위성에 공감했다는 점이다. 문제는 확산이다. 소수의 교무위원과 팀장들이 아무리 위기감을 갖고 있어도 전체 구성원들이 딴 세상에 사는 사람들과 같은 의식을 갖고 있다면 학교의 미래를 위한 개혁노력은 허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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