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누가 좋은 문학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명쾌한 정의를 내릴 수 있을까. 문학의 가치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이런 요소들이 모두 갖추어져 있어야 좋은 문학이야.’ 라고 단정 지어 말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경우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좋은 문학이 지니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책에는 특유의 향기와 색이 남는 다는 사실이다. 책을 읽다 보면 그 속의 풍경들이 독특한 향기를 내뿜으며 선명하게 그려질 때가 있다. 활자 너머로 문학과 인간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는 작가의 시선이 만들어내는 향기와 색깔일 것이다. 작가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인간의 삶을 진지하게 바라보지 않는다면 결코 이런 향기와 색이 남지 않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손홍규 작가는 자신만의 독특한 향기를 작품 속에서 내뿜는다. 촉촉하게 젖은 검은 흙냄새와 눈부시게 빛을 뿌리는 햇살이 섞여 있는 냄새다. 따스한 오렌지색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작가의 작품 세계는 진지하면서도 푸근하기 이를 때 없다. 전라도 정읍 출신으로 구수한 남도 사투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작가는 향토적인 소재들을 단단하고 세밀한 문장 속에 알맞게 배치한다. 자극적인 양념 맛이 아닌 묵혀 놓은 장으로 맛을 낸 정갈한 밥상 같은 소설이다. 여러 번 먹어도 질리지 않는 편안하고 친숙한 느낌이 소설을 넘어 작가에게서 느껴진다.

그의 장편 소설 「이슬람 정육점」은 터키에서 한국 전쟁에 참전했다가 한국에 눌러 살게 된 정육점 주인 하산과 온몸에 흉터가 가득한 ‘나’가 만나 서로가 상처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80년대 한국사회의 풍경 아래에서 소외당하는 이방인, 하층민들의 삶을 진중하지만 경쾌하게 풀어낸다. 작가의 다른 소설집에 수록된 작품인 「봉섭이 가라사대」 역시 소를 닮은 응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현대사회에서 해체되어가는 공동체적 가치와 유대관계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단편소설 「투명인간」 또한 소외된 가장을 투명인간에 비유해 오늘날 가족의 현실을 날카롭게 바라본다. 작가의 시선이 우리 사회의 그늘 속에 감추어진 단절된 관계성에 닿아 있다는 뜻이다.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이들의 삶을 눈여겨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손홍규 작가의 소설이 더욱 의미 있는 것이 아닐까. 그의 소설은 마치 겨울날 몸을 훈훈하게 덥혀주는 난로 같다. 만약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가 그리울 때, 외로움이 가슴 속을 스며들어 마음 한쪽이 휑하다고 느껴질 때면 손홍규 작가의 소설을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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