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열린 전학대회에서 교지대금이 학생 1인당 학생회비 만 500원 중 천 800원으로 결정됐다. 이는 당초 교지편집위원회(교지)가 요구한 2천 200원에서 400원이나 모자란 가격으로 교지의 1년 예산은 처음에 요구했던 4천 400만 원이 아닌 약 3천 600만원이 됐다.

이 과정에서 학생대표자들은 교지의 구독률 및 존재 가치에 대한 의문을 표하며 발행부수를 줄이고 홍보활동에 박차를 가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교지는 “4천부의 발행부수는 재학생수와 교직원, 타대학 발송부수를 포함한 적정 숫자라고 본다”며 “예산에 따라 조정할 가능성은 있다”고 답했다. 또한 구독률을 높이기 위해 5가지 쇄신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교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금은 천 800원으로 결정됐고, 3천 600만원이라는 예산은 현행처럼 4천부를 발행하기에는 부족한 액수로 보인다. 학내 자치언론이자 학생의 목소리를 내는 교지의 가치를 학생대표자들 스스로 외면해 버린 것이다.

학생대표자들이 중앙자치기구의 예산을 삭감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상반기 전학대회에서는 생활도서관(생도)이 중앙자치기구에서 제외됐고 이에 따라 학생회비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다. 생도의 이용률이 낮고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이유에서였다. 생도에서 이를 반대하는 운동을 펼쳤지만 결국 재석대의원 80명 중 54명의 찬성으로 중앙자치기구에서 빠지게 됐다. 그리고 올해는 생도의 공간을 축소해 다른 동아리와 나눠 갖도록 했다.

이처럼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오던 중앙자치기구들이 위기에 처하는 것이 비단 우리대학만의 일은 아니다. 성균관대 인문사회캠퍼스 생도의 경우 독립자치기구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지만 예산 지원이 없는 상태며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생도는 2008년 전학대회를 통해 폐지됐다. 때문에 자치기구가 아닌 동아리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도서대여 등의 활동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른 대학 교지의 경우에도 ‘대학언론의 위기’라는 기사들이 연이어 보도될 정도로 위태위태하다.

교지, 생도와 같은 자치기구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현대 들어서 퇴색했다고 볼 수 있다. 과거 언론탄압이나 학생통제 등에 저항해 학생들의 목소리를 내고자 만든 단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생에 대한 통제가 전무한 현재는 그 이용도가 많이 떨어졌다. 학생대표자들의 입장에서는 그들에게 주어지는 지원이 일견 지나쳐 보이고 아깝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기구들은 대학 내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해 온 전통을 갖고 있다. 우리대학 생도는 1996년 ‘정체되지 않는 삶’을 모토로 인문사회과학의 자율적 연구를 위해 세워졌다. 이에 생도는 인문사회과학 서적을 대여해주는 사업과 기타 강연, 세미나 등을 진행해 왔다. 교지는 학생들이 모여 만드는 자치언론으로서 대학사안 및 사회사안을 전해왔다.

교지와 생도는 이미 충분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취업에 바쁜 학생들은 실용학문만을 찾아 생도를 외면하고, 취업이나 연예문제가 아닌 사회 사안을 전하는 교지는 관심 밖으로 몰아낸다. 하지만 학생들의 자치 학술활동으로서 학생들에게 교지와 생도 등의 기구가 가지는 의미는 상징적이다. 총학생회가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기구라면 이 둘은 기초학문의 연구와 대학생의 사회참여에 앞장선다. 학생대표자들은 이런 기구들을 축소시키려 할 것이 아니라 자치권을 보장하고 더욱 발전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실용적인 내용이 아니라고 이를 외면할 것이 아니라 대학생 사회참여의 시작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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