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13개의 금메달을 땄다.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몇 년째 금메달을 유지하고 있는 부끄러운 종목이 하나 있는데 바로 자살이다. 한국은 10만명당 자살자수가 33명으로 OECD국가 중 단연코 1위다. 2위인 헝가리가 22명인 것을 비교해보면 얼마나 탁월한 1위인지 알 수 있다. 특히 문제는 20대 청년자살이다. 단일 사망원인의 1위로 10만명당 24명이 매년 자살로 사망하고 있다. 드러나지 않은 자살시도자는 이보다 5배에서 10배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심각하게 생각해본 사람은 그보다 또 열배는 많을 것으로 추정하게 되니, 10만명당 2천명은 자살의 위험지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학교 학생이 16000명이라고 치면 얼추잡아 4백명 정도는 자살을 한 번쯤은 심각하게 생각해봤다고 짐작 할 수 있다. 적은 수가 아니다.

젊은이의 자살은 중장년층과 달리 심사숙고한 끝에 결심을 하고 저지르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어느 순간 화가 치밀어 오르거나, 일상의 스트레스를 갑자기 견디기 어렵게 느끼는 일이 발생하면 순간적으로 충동이 생겨서 일을 저지르고 만다. 이미 뒤쳐져있어서 어떻게 일을 해결할지 모르겠다는 흑백논리도 한 몫 한다. 끝까지 가볼 필요도 없는 재미없는 인생이라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려버리는 것이다.

인생이란 어쩌면 긴 영화와 같은 것인지 모른다. 문제는 이 영화가 언제 어느 순간부터 재미있어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처음 20분정도만 보고나서 재미없을 것이 분명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영화관 문을 나와 버리는 사람이 바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의 심리다. 그러나 영화는 그 다음부터 흥미진진해질지 모르고, 클라이막스 부분에 놓쳐서는 안 될 기찬 장면이 나올지도 모른다. 아니면 막판에 대단한 반전이 숨어있을 수 도 있다. 그러나 영화관 문을 중간에 박차고 나와 버리면 이 모든 것을 볼 기회도 함께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학생들은 힘이 들 때에는 혼자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주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얻는 것,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쿨하게 지내는 것이 현대인의 모토라고 한다. 그러나 자칫 너무 쿨한 척 하다가 얼어 죽어서는 안 된다. 갈수록 개인화되는 캠퍼스 생활과 경쟁에 치우쳐 파편화된 학생들은 고립되기 쉽다. 고립감과 외로움은 자살의 주요한 동반자다.

우리대학도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보호하고 고민을 상담해 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의 학생상담센터 기능을 확대하거나 개편할 필요가 있다. 필요에 따라서는 우리대학병원과 협력해서 학생들에게 보다 전문화된 정신상담과 치유를 동시에 제공하는 방안을 고민했으면 한다. 또한 학생들간 상호 도움을 주는 학교내 지지망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학생지원활동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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