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7일은 수능시험이 치러진 날이다. 많은 재학생들은 긴장된 모습으로 고사장을 향하는 수험생들을 보면서 1년 전 또는 몇 해 전의 자신을 떠올렸을 법하다. 우리 학교의 학생이라면 누구나 대학진학을 위해 놀지도 하고 싶은 일도 못하고, 오로지 공부에만 매달렸던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내신과 수능, 논술이라는 이른바 죽음의 트라이앵글을 뚫고 지금의 자리에까지 왔으니 스스로를 대견스러워 해도 좋다.

힘든 과정을 거쳐 대학생이 되어도 현실은 괴롭지 않느냐고 반문할 학생도 많을 것이다. 맞는말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올해 대학 졸업자의 기업공채 경쟁률은 무려 평균 28.6대 1이었다고 한다. 고용노동부는 요즘 청년들이 취업을 위해서 8가지 종류의 스펙을 쌓는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전경련 조사에서는 대학생의 60%가 스펙을 쌓기 위해 휴학을 하거나 졸업을 미룬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그러다보니 학원수강이나 해외어학연수에 들이는 시간과 돈도 엄청나고, 이런저런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학내에 있었던 불행한 사건도 정확한 사정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울증이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스스로를 저주받은 세대라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정도는 달라졌다 해도 어느 세대든 비슷한 고통을 겪었다. 약 40년 전인 1974년의 한 신문의 칼럼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고교를 마치고 대학에 진학하는 경쟁률은 여전히 격심하다. 여기서「입시지옥」이니「좁은문」의 아우성이 쏟아지게 마련인데 (중략) 세계 어느 나라든, 고교졸업 정도가 알맞은 직업인 스튜어디스까지, 우리나라선 여학사가 아니면 엄두도 못 낼 형편이고 대졸의 순경, 면서기, 운전사도 흔하게 돼버린 우리사회의 실정이다”말투나 직업을 부르는 명칭은 오히려 어색하지만 입시난과 취업난을 지적하는 내용은 지금도 다른 게 없다.

윗세대가 지금껏 풀지 못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당연하다고 옹호하자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부모님과 선배들이 그랬듯이 여러분들도 살아남아야 함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건국의 학우들 모두가 젊음의 시련을 당당히 이겨내기 바란다. 그리고 성공하기 바란다. 좋은곳에 취직해서 돈 잘 벌자는 의미가 아니다. 어디든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인정받으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자는 의미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력을, 더 중요하게는 인성을 가다듬어야 한다. 전경련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들이 채용 시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항목은 1위가 도전정신과 열정(46.1%)이고, 2위는 끈기와 성실함(38.4%)이었다. 스펙을 꼽는 응답은 불과 1.1%였다.

화려한 스펙은 서류심사를 넘는데 도움이 될지모르지만 거기까지 뿐이다. 당연한 일일지 모르지만 위의 항목들은 인류의 역사 이래 성공을 거둔 이들이 지녔던 공통적 특성이기도 하다.

많은 것이 급속도로 바뀌는 세상이지만 변하지 않는 것들도 많다. 당장 외부의 현실이 어렵다고좌절하거나 두려움에 갇히지 말자. 스펙 쌓기에 현혹되어 겉모습 치장에 열을 올릴 필요도 없다. 학업에 충실하고 열정과 성실함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대학생활을 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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