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대학 사학과 13학번 "IT가이"님 제보

- 주 5일제 6개월 근무

- 식대 포함 월 144만원 (세전)

나는 3학년 2학기까지 교내 방송국 활동을 했다. 중도 휴학이 안되는 자체 규정 때문에 내리 6학기를 쉼 없이 달려온 후에야 널널한 일상을 맞게 된 나. 오랜만에 꿀 같은 휴식을 만끽하며 군 입대를 할지, 아니면 새로운 경험을 더 해볼지 고민하던 차에 어느 날 갑자기 방송국 선배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너, 우리 회사에서 인턴 해볼 생각 없니?”

그간의 안부와 근황을 전하는 나에게 선배는 대뜸 인턴 제의를 하셨다. 선배가 몸담고 계신 곳은 우리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를 개발한 IT기업으로, 부서는 CSR팀. CSR이라곤 다전공 수업 때 잠깐 배운 것이 전부였기에 막연한 두려움이 엄습했지만, 보다 큰 세상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기 위해 일단은 부딪혀보자는 생각으로 나는 선배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독특한 기업문화에 컬쳐쇼크

까다로웠던 서류전형과 면접을 무사히 통과해 합격 통지를 받은 후, 설렘 반 떨림 반으로 맞은 첫 출근. 그 전날까지 외부인이었던 내가 처음 회사를 접하고 받았던 인상은... 뭐랄까, ‘다른 세상 같았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카페, 수면실 등 사내에 각종 복지공간이 갖추어진 건 기본이고, 단 하나의 칸막이도 쳐져 있지 않은 널찍한 사무공간에는 임원들과 평사원들이 같이 근무를 하고 있었다. 직원들 대부분은 청바지에 후드집업을 걸친 편한 차림이었는데 서서 일하기도 하고, 쿠션 의자에 눕다시피 하며 일하기도 하고, 옆 사람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일하기도 하는 등 자기만의 스타일로 업무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런 게 말로만 듣던 IT기업의 자유로움이구나 싶었다.

입사 후 알게 된 회사문화 중 신기했던 것 중 하나는 사내에서 영어 호칭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우리 회사는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하기 위해 창립 때부터 영어 호칭을 사용해오고 있다. 영어 호칭은 존칭이 아니어서, 직책과 연차에 상관없이 부르기 편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실제로 모든 직원들이 이사회 의장님이나 대표님 같이 높은 분(?)들도 ‘브라이언’과 ‘지미’로 부르고 있었는데, 이러한 어법이 전혀 무례함으로 해석되지 않는 점이 무척이나 재밌었다. 물론 직위와 직책이 존재하기는 하나, 이는 어디까지나 대외적인 커뮤니케이션 용도로만 이용될 뿐이었다.

CSR알못의 인턴기자 적응기

앞서도 밝힌 것처럼, CSR에 대한 관련 지식이 거의 전무했던 나는 입사 후 사수님으로부터 우리 회사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 차근차근 배워나갔다. 부서 업무에 눈이 뜨이면서 깨달은 건 우리 회사가 IT기업이다보니 자선사업 외에도 ‘IT기술’에 초점을 맞춘 각종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해나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IT기술의 유용성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비전 아래, 개발도상국에 IT기자재를 지원해주는 사업이나, 3D 프린팅 교육이나 코딩 교육 같이 최근 중요시되고 있는 융합인재(STEAM)교육을 지원해주는 사업들이 그것의 대표적인 것이었다.

내가 맡은 업무는 이러한 사업들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 간단히 말해, 우리 회사와 관련된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취재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해 기업블로그에 포스팅하는 일이다. 취재방법, 기사 작성 양식은 전대 인턴들이 활동하면서 굳어진 가이드가 있었기에 어렵지 않게 익힐 수 있었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핵심적인 내용들을 기사 안에 녹여내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연습이 필요했다. 프로그램 별로 강조해야 할 내용들이 제각기 달랐기 때문이다. 더욱이 나는 이쪽 분야에 대한 관련 지식도 부족한 편이었기 때문에 기사를 작성하기 전에 사업계획서나 관련 언론 보도들을 미리 읽어보고 중요 내용들을 미리 정리해놓는 습관을 들여야만 했다.

기사작성뿐 아니라 사진촬영과 영상제작도 인턴기자의 업무 중 하나다. 영상이야 교내방송국 활동을 하며 수도 없이 만들어보았기에 자신 있는 부분이었지만, 사진 촬영을 하는 건 큰 고역이었다. 우리 부서는 크고 작은 행사를 치를 때마다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하곤 하는데, 보통 보도자료와 함께 2~3장의 사진을 제공한다. 일반적인 행사사진과는 다르게 보도자료용 사진에는 명확한 촬영 매뉴얼이 존재해서, 피사체의 앞부분을 위주로 해서 심도를 깊게 찍어야 하는 원칙이 있다. 이런 촬영법이 아직은 서툴던 입사 초기 시절, 한 번은 내가 찍은 사진이 보도자료 스타일에 부합하지 않아 윗선에서 반려된 적이 있다. 결국 이미 정리를 마친 행사를 다시 세팅하고 참석자들에게 행사 당시를 재연해달라고 부탁하면서 급하게 사진을 찍었었는데,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등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아는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배운다

흔히 인턴이라는 단어엔 온갖 부정적인 수식어들이 따라붙곤 하지만 IT기업에서의 인턴 생활은 그런 것들과는 분명 거리가 있었다. 매월 정기적으로 나오는 휴가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쓸 수 있었고, 야근이나 주말근무 시 추가수당도 당연하게 꼬박꼬박 받을 수 있었다. 지난 설에는 정직원과 똑같은 종류의 명절 선물을 지급받기도 했다. 회사가 사람을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근무여건이 좋다고 해서 해야 할 일마저 다른 회사의 인턴들과 달랐던 것은 아니다. 적어도 내가 맡은 업무에 대해선 완벽하고 전문적인 일 처리를 해야 했고, 동시에 팀의 막내로서 빠릿빠릿한 움직임을 보여야 했으며 처세에 능해야했다. 이런 것이 숙련되어있지 않던 입사 초기에는 나 스스로가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인 것만 같아 스스로 자괴감에 시달리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즐겁게 회사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데에는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면서 얻는 즐거움이 큰 원동력이 되었다. 인턴기자의 업무 특성상, 사내외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많았는데, 그 덕분에 나는 업계 지라시부터 정부 정책에 이르는 최신 IT 이슈들을 기민하게 접할 수 있었다. 새로운 것들을 접하는 재미에 푹 빠지며 인턴기자 업무를 즐기게 되자 자연스레 업무 능률은 올라갔고, 인턴을 하기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세상을 보는 넓은 눈을 가질 수 있었다.

사실 인턴의 업무란게 주로 상사가 시키는 업무를 받아서 수동적으로 처리하는 게 대부분이다보니. 자칫하면 일에 흥미를 잃기 십상이다. 그렇기에 주어진 일 안에서 스스로 흥미를 찾고, 무언가 배울만한 것은 없는지 의지를 다잡는 습관이 정말 중요하지 않나 싶다. 나를 비롯해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이 시대의 모든 인턴들에게 파이팅을 건네며 나의 인턴일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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