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가 시작되었다. 일감호 둘레를 걷는 학생들 중 캠퍼스 커플이 심심치 않다. 20대 젊은이의 사랑은 불안하면서도 흥분되는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둘의 만남이 마냥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데이트 도중 한 쪽이 폭력을 행사하게 되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 “상대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었다”라고 가해자는 말하지만 실상은 사랑이 아니라 폭력일 뿐이다.

실제 사랑을 빙자한 데이트 폭력은 매우 흔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 6월 기준 5년간 데이트 폭력 사범은 3만6362명이며, 올해 2월부터 7월까지 6개월간 검거된 사범이 5172명으로 작년에 비해 24%가 증가했는데 이중 20-30대가 58%나 된다.

미국에서도 여대생 83%가 데이트 폭력을 경험한 적 있다고 응답한 바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데이트 폭력 피해자의 80%는 여성이다. 직접 폭행 뿐 아니라 집요하게 쫓아다니면서 사생활을 침해하고 괴롭히는 스토킹도 데이트 폭력에 속한다. 피해 학생이 경찰서에 신고를 해도 ‘데이트중의 사랑싸움‘으로 가볍게 여기고 돌려보낼 뿐 수사를 하거나, 적극적으로 보호를 해주는 일은 적다. 그러니 실제 데이트 폭력은 검거된 건수의 최소 수 십 배는 될 것이라는 것이 현실적인 추정이다.

우리 사회는 데이트 중에 벌어지는 심리적, 신체적 폭력에 유난히 관대하다. 두 사람이 사귀는 과정에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로 보는 것, 여자가 원인을 제공했다고 여기는 시선, 좋아하는 여성을 일방적으로 쫓아가는 것을 남자다운 패기로 보는 관점등이 데이트 폭력의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과 가족은 잘못을 사과하기보다 억울함을 호소하기 일쑤다. 사랑하는 것이 무엇이 잘못이냐며 항변하고, 가족은 자식의 앞날을 막았다며 피해자를 도리어 공격한다. 20대 학생의 경우 열심히 노력하면 된다는 공부중심의 사고방식은 호감이 없어서 별 반응이 없는 여성에게 반복적이고 부질없는 대시를 하게 한다. 그러다가 자존심의 상처를 받아 강한 분노표현과 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이 최근의 패턴이다. 더욱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다.

이제 우리 캠퍼스에서부터 데이트 폭력을 사랑싸움으로 보는 시선을 당장 거두어야한다. 마치 사회지도층이 중요한 실언을 한 후 “만취해서 한 실언”이었다고 변명을 하며 상황을 모면하려는 것같이 “데이트 중에 벌어진 일”이라고 폭력과 스토킹을 용서받으려는 시도에 관대해져서는 안된다. 데이트 폭력은 데이트가 아니라 폭력일 따름이기 때문이다. 데이트 폭력이 자리를 잡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학교 공동체의 단호하고 일관된 대응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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