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예빈 문화부 기자

‘배화여고 6인’. 평소 다양한 플랫폼의 뉴스를 즐겨본다면, 하다못해 광복절 날 포털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다면 한 번 쯤은 읽어봤을 타이틀이다. 일제의 삼엄한 경계 속에서 3·1운동 1주년을 맞아 독립을 외치다 옥에 갇혔던 그들이 독립운동가로서 진정으로 인정받은 해는 2018년, 무려 98년 만이다. 솔직히 이 글을 쓰는 나 역시 이들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물론 내가 역사에 무지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이들이 다른 독립 운동가들에 비해 조명을 받지 못한 건 사실이다. 98년 간 조용히 역사를 빛낸 이 6인의 독립 운동가들은 모두 공교롭게도 여성이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 2015년을 기준으로 찾아낸 여성 독립 운동가는 약 1900여 명에 달한다. 그러나 우리가 위인전에서, TV프로그램에서, 일상 속에서 다루고 있는 독립운동가들 중에 여성 독립 운동가들은 몇 분이나 될까. 가장 많이 언급되는 분이자 모두가 알고 있다고 단언할 수 있는 분은 아마 유관순 열사 한 분일 것이다. 심지어 교과서에 기재된 독립운동가 중 여성 독립 운동가는 유관순 열사 딱 한 분 만이 기재되어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역사를 이어나갈 학생들에게 이는 다소 편협한 지식 습득으로 이어지는 문제를 자아낼 것이다. 이렇게까지 여성독립운동가의 역사가 발굴되지 못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오랫동안 머물러있던 남성 중심적 역사관과 우리의 무관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들의 ‘무관심’이라는 단어에 사실 나 자신부터가 뒤통수가 따끔했다. 일전의 나를 돌아보자면 입시 성공을 위해서 한국사를 공부했지 순수하게 역사를 알아보자 하는 생각은 아니었다. 영화 ‘암살’을 보고 전지현에 감탄하면서 그의 실존 인물 남자현 의사의 업적을 뒤늦게야 깨달았다. 그동안 감춰져 있던 1900여 명의 여성 독립 운동가들의 존재에 대해 더 궁금해 하지도 않았고, 성별에 관계없이 발굴되지 못한 이들의 아픔을 알지도 못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했는데 나는 미래를 꿈꾸면서 그 발판을 잊고 있었다. 광복절이 훌쩍 지나가버린 지금, 다시 역사에 대한 기사는 키워드가 입력되어야 찾을 수 있고 한국사에 가장 열성적인 모습을 보이는 건 아마 수능이 채 100일도 남지 않은 수험생들 일 것이다. 어딘가에 있을 역사‘광’들을 제외하고는. 이러다가 어쩌면 다시 이 문제에 대해 고찰해볼 시기를 놓치게 될 수 도 있을지 모른다.

얼굴을 보지도 못할 후손들을 위해 불굴의 의지로 나라를 지켜내신 수많은 분들의 노고를 1년에 단 하루, 광복절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은 미래인으로서 올바르지 못한 태도이다. “묻혀진 독립운동사와 독립운동가의 완전한 발굴이야말로 또 하나의 광복의 완성이다”는 정부의 말과 같이, 그들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발견은 우리나라의 빛나는 성장에 밑거름이 될 것이다. 꽤나 오랫동안 묻혀있던 1900여명의 여성 독립 운동가들의 용감한 투사에 제대로 주목하지 못했던 지난날을 반성하고, 이 글을 접한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 여성 독립 운동가를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보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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