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 처음부터 관심 없었어요. 왔다 갔다 하기 귀찮아서요.”

“혼자 있는 게 좋아서요. 동아리 활동을 하면 여러 사람을 상대해야 하잖아요.”

새내기 모집으로 동아리들이 열을 올리는 동안 ‘동아리 가입 안하겠다’는 새내기들이 한 말이다. 유독 ‘귀찮다’라는 대답을 가장 먼저하는 그들은 ‘다른 단과대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 ‘개인적인 시간을 따로 투자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그 이유라고 답했다. 의사표현이 분명하고 그만큼 자신의 끼를 발산하는 데도 당찬 04학번이지만, 그 이면에서는 그러한 개인을 형성해 가는 자기만의 시간을 필요로 했다.

물론 이들이 이렇게 개인만의 시간을 추구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인터넷 발달로 그 골이 점점 더 깊어지는 개인주의와 마음 놓고 동아리에 시간을 투자할 수 없는 사회적 현실이 그것이다.

본지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지 않는 건국인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동아리 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35%에 해당하는 70명이 ‘시간을 많이 뺏기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카투사에 지원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정성훈(사범·일교1)군은 “일어·영어 공부 등을 공부하기에도 시간이 벅차다”며 “취업하기도 어려운데 동아리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것은 ‘동아리가 시간을 투자할 만큼 학생들에게 배울 것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인식과 연결된다. 법과대 신문 ‘법인정언’의 편집장을 지낸 정류수(법학4)군은 “특정한 활동 없이 그릇된 술문화로 이어지는 동아리 운영에 그 원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즉, “학과공부를 소홀히 하고 과음으로 건강도 챙기지 않는 일부 동아리 선배들을 보며, ‘동아리 활동을 하면 학점이나 자기 관리와 멀어진다’는 편견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는 “선배들의 노력을 통해 이 인식을 바꿔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배들 스스로가 학점·건강 등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고, 각 동아리만의 특색있는 활동을 통해 후배들이 무엇인가를 얻어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주의와 취업난이라는 걸림돌을 차치한다 하더라도 동아리가 살아남기 위한 길은 여전히 좁다. 사법고시를 준비하기 위해 일우헌에 들어가 있는 정근영(법대·법학1)양은 “교외에서 수영도 하고 악기도 배우며 친구들을 사귈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간 관리를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다양한 활동들이 많은 만큼 선택의 폭도 넓다”는 것이다. 여기서 보여지는 ‘동아리 다양화’에 대한 필요성은 본지가 조사한 설문에서도 나타났다. 동아리 활동을 하지 않는 200명의 건국인 중 52.5%에 해당하는 105명이 ‘중앙 동아리의 종류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그런데 이렇듯 학생들의 요구에 맞는 다양한 동아리들이 활발하게 등장하지 못하는 데에는 신규 동아리 인준에 따른 문제점이 있다. 동아리 지원이나 공간이 부족해 기존 동아리들이 신규 동아리를 인준하는데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5년간 인준을 신청한 비인준 동아리들은 총 23개. 이중 인준 받은 동아리는 6개에 불과했다. 게다가 이 동아리들이 인준받지 못하게 된 명확한 인준 기준이 없는 실정이다. 이와같은 다양한 이유로 대학내의 동아리는 많은 학생들의 관심을 충족시킬 만한 다양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인터넷 동호회나 다른 외부 활동에 비해 우위를 차지할 만한 강점이 마땅히 없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취업난과 개인주의라는 사회적 현실 속에서, ‘얻어갈 것이 없다’는 동아리에 대한 편견과 학생들의 다양한 구미에 맞는 신규동아리의 부재가 대학에서의 동아리 영역을 축소시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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