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유럽이라고들 한다. 실제로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는 북한과 인접해있으며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로 2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그런데 광대한 러시아대륙의 크기와 생소함 때문인지 러시아가 가까운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관광객의 발걸음이 많이 닿지는 않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러시아는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배낭여행에 최적인 나라다. 저렴한 비용으로 유럽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도시 간의 거리감은 꽤 있으나 각 도시 내의 볼거리는 중심지에 집중돼있어 걸어서도 충분히 한 도시를 다 관광할 수 있다. 이러한 러시아만의 개성 있는 관광 특색들을 통해 러시아 배낭여행의 매력에 빠져보자.

 

동무, 평양랭면 맛 좀 보시라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는 세 개의 북한 식당이 있다. 이는 △평양관 △고려관 △금강산식당 으로, 북한 사람들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들이며 북한 여성 직원들이 북한말로 손님을 맞는다. 전 세계에서 한국 사람과 북한 사람의 만남이 허용되는 몇 안되는 장소 중 하나인 것이다. 이곳에선 평양냉면, 평양소주를 포함한 다양한 북한의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고려관의 한 직원 말에 따르면 많은 한국 관광객들이 평양냉면을 먹어보기 위해 이곳에 방문한다고 한다. 타국에서 북한 사람을 만나보고 북한 음식을 맛보는 이색적 경험을 원한다면 이곳에 방문해 보는 것이 좋다.

북한 식당 고려관의 평양냉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탄 사색적 여행

배낭여행을 좋아하는 대학생이라면 버킷리스트에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빠뜨릴 수는 없을 것이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러시아 전체를 완전히 가로지르며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해 종착역인 모스크바까지 6박 7일 동안 밤낮없이 달린다. 오랜 기간 열차에 타는 만큼 열차 내에서 현지인과 대화를 나누고 음식을 나눠먹는 등 횡단열차는 여행자가 러시아 문화를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또한 중국, 몽골 뿐 아니라 다른 유럽 지역으로도 뻗어나가는 이 열차는 아시아 관광객들이 유럽 여행의 시작점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러시아의 두 도시 이상을 여행하고 싶다면 도시 간의 이동수단으로 이 횡단열차를 타는 것을 추천한다. 시간적 여건이 된다면 종점에서 종점인 블라디보스토크-모스크바 여행을 도전하며 기호에 따라 중간에 큰 도시에서 내리며 러시아의 광활한 대륙 전체를 거니는 것을 계획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다소 오랜 기간의 여행이 부담스럽다면, 블라디보스토크 관광 후 횡단열차를 타고 가장 가까운 대도시인 하바롭스크까지만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바롭스크까지는 열차로 13시간 정도의 거리로, 비교적 짧은 시간에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보는 경험도 얻고 러시아의 두 도시를 볼 수 있는 알찬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시베리아의 푸른 눈, 바이칼 호

러시아의 광활하고 아름다운 경관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바이칼 호에 들려야 한다. 바이칼 호는 러시아 시베리아 남동쪽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깊은 호수다. 이 호수의 면적은 우리나라의 약 3분의 1정도로, 2600여 종의 동식물이 살고 있어 1996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호수 안에는 22개의 섬이 있는데, 그 중 길이가 72km로 가장 긴 알혼 섬은 바이칼 호를 보러 온 세계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여행지다.

앞서 말한 시베리아 횡단열차도 울란우데 역을 지나 바이칼 호의 남부를 따라 달린다. 횡단열차를 타면 약 4시간 정도 창밖으로 가까운 거리에서 바이칼 호를 볼 수 있는데, 바이칼 호를 지날 때에는 열차에 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넋을 놓고 창밖 경관을 바라보기도 한다. 바이칼 호를 직접 구경하려면 이르쿠츠크 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야 한다.

바이칼 호수의 전경

러시아의 과거와 미래 그 중심에 선 붉은 광장

러시아 여행을 생각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이 바로 붉은 광장일 것이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중심에 위치한 붉은 광장은 △크렘린 궁전 △상트 바실리 대성당 △레닌의 묘 △국립역사박물관 △굼 백화점 등 러시아의 중요한 기념물들로 둘러싸인 광장이다.

붉은 광장의 중앙에서 본 모습

이 장소의 이름은 ‘붉다’의 옛 러시아 어가 ‘아름답다’의 뜻을 지녔기 때문에 ‘아름다운 광장’에서 유래한 것이다. 붉은 광장의 상트 바실리 대성당과 국립역사박물관은 특히 러시아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 있는 공간이다. 건물 그 자체로부터 역사를 보존하여 세계 각지의 관광객들이 러시아 역사와 문화를 집약적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크렘린 벽 옆에는 소련 당시의 초대 공산주의 지도자였던 레닌의 묘가 있고, 크렘린의 안쪽에는 푸틴 현 대통령의 집무실을 비롯한 현 주요 정부 기관이 있다. 게다가 그 맞은편에는 전 세계의 유명 브랜드가 전부 모인 굼 백화점이 있는 등 붉은 광장은 러시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상징하는 러시아의 심장같은 장소라고 볼 수 있다.

붉은 광장을 지나는 모스크바 강

배낭여행하기 좋은 나라 러시아로 오세요

러시아는 교통이 편리해 특별히 가이드가 없어도 구글 맵과 번역기 어플리케이션만 있으면 쉽게 여행할 수 있는 나라다. 물가도 한국보다 저렴하고 주요 도시들은 대부분의 가게들이 카드 결제도 가능하므로 환전을 많이 할 필요가 없다. 또한 배낭여행객들을 위한 저렴하고 쾌적한 게스트하우스나 호스텔도 도시마다 많이 분포해 있어 숙박비 부담도 적다. 특히, 여행비용을 가장 절감하는 방법은 블라디보스토크를 시작점으로 여행하는 것이다. 한국발 블라디보스토크행 비행기가 저가항공사들이 많이 취항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싱글와이프, 짠내투어 등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러시아 여행기에 대해 몇 차례 방영한 바 있다. 그러나 기존의 방송들은 러시아의 특정 한 도시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었다면, 최근에 tvN에서 여행 리얼리티 예능인 ‘시베리아 선발대’가 방송돼 이목을 끌고 있다. 이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주제로 한 예능으로, 이를 통한 러시아 여행지 발굴의 역할도 기대되고 있다.

한편, 배낭여행은 비교적 정보가 부족해 도전의지가 필요하고, 조금의 위험은 감수해야 하는 것이 단점이자 매력이다. 본 기자도 인터넷만으로는 정보가 부족하다고 느껴 도서관에서 여행서적을 빌려보며 17일간의 러시아 여행을 계획했다. 또한 여행하는 중에도 항상 위험 상황에 대한 대비는 해야 하며 어느 정도의 경계는 필요하다. 사람마다 여행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의지를 갖고 주체적으로 계획하여 러시아로 배낭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혼자, 또는 소수의 동행자와 함께 러시아의 광활한 대륙을 거닐며 이질적인 문화를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으며, 러시아 특유의 사색적이고 고독한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 기념품점 앞 다양한 언어의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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