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부천판타스틱 영화제와 함께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국제영화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자유, 독립, 소통”이라는 주제로 4월 25일부터 5월 4일까지 개최되었다.

작품성 있는 영화가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간판을 내리며,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이 돈 벌리는 영화들을 중점적으로 유치하여 더 이상 멀티플렉스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풍토에서 좀처럼 접하기 힘든 작품성 있는 영화들을 한자리에서 접할 수 있다는 것은 놓치기 힘든 유혹이다. 더구나 미국 상업영화 쪽으로 경도되어 있는 대중영화시장에서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다큐멘터리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우리를 영화제로 유인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영화제들이 학기 중에 개최되어 수업의 스케줄에 묶여 있는 교수와 학생들로서는 쉽게 용기를 내어 찾아가기 힘든 잔치였다.

이번에 영문과의 학술답사 행사로 학생들과 함께 찾아간 전주는 맑은 공기와 예향이 풍겨주는 분위기로 우리를 맞이하였다. 일정이 빠듯하여 거의 영화 시작 시간이 되어 도착하고 정신 차릴 새도 없이 또 다음 영화를 향해 달려가는 상황이었지만 색다른 경험을 한다는 짜릿함을 참가한 모든 사람들이 느낄 수 있었다. 영화를 관람한 후 저녁 때에는 조별로 나누어서 관람한 영화에 대해 토론을 하고 그 결과를 나와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영화나 감독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그것도 상당히 난해한 영화를 보고 거기서 의미를 끄집어내야 하는 지난한 작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놀라울 정도의 통찰력으로 다양한 의미들을 읽어냈다. 특히 같은 영화에 대해서도 색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이들의 순발력과 참신함이 십분 발휘되었다.

사실 이번 영화제에서 정말 보고 싶은 작품은 ‘전주 불면의 밤’이라는 기획으로 상영된 미국의 70년대 블랙스플로이테이션 영화들과 카알 드레이어의 작품이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서 아쉬운 바람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다. 둘째날은 아침부터 폭우에 가까운 비가 쏟아졌지만, 그리고 지난 밤에 늦게까지 조별 모임을 통해 잠이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각자 관심을 가진 영화를 보러 극장으로 향하는 열성을 보였다.

필자는 지난 3년 동안 [영화의 이해], [영화와 문학]이라는 교양과목, 그리고 [미국문화와 미국영화]라는 전공과목을 통해 하나의 학문으로서, 현대를 사는 교양인으로서 갖추어야 하는 자질로서 영화를 읽는 능력을 강의하여 왔다. 특히 [영화의 이해] 강좌에 대한 학생들의 폭발적인 호응은 다른 영상 관련 과목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제 영화의 역사나 영화의 문법, 영화의 장르 등에 관한 일반적인 지식을 넘어 각 주제에 대한 심화된 강의 개설을 원하는 학생들의 요구를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 영상의 시대를 살며 영상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기를 원하는 신세대들의 당연한 요구인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 학교 내에서도 영화관련 학과의 설치는 시급하고 당면한 과제라고 생각된다.

우리 학교의 위상을 언급할 때마다 우리가 반복해서 듣게 되는 표현--교통의 요지이며 최고의 입지를 갖추었다는--이 실제로 구체화되기 위해서는 젊음의 의욕과 창조력이 마음껏 발휘될 수 있는 판을 벌여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젊은이의 거리가 되어버린 학교 주변의 모습과 남측토지개발이 영화 관련 학과의 신설과 어울려 학교의 이미지를 신선하고 산뜻하게 바꿔놓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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