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최은빈 기자

범인은 바로 10대, 형사책임 없는 '촉법소년’들

지난 3월,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새내기 대학생이 뺑소니 사고로 사망했다. 가해 차량의 운전자는 만13세 중학생이었고, 차 안에는 또래 7명이 더 탑승해있었다. 이들은 주차돼 있던 렌터카를 훔친 뒤 서울에서 대전까지 운전하며 경찰과 추격전을 벌이다 오토바이와 충돌했다. 하지만 대부분 만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이라 형사처벌은 받지 않는다. 이들은 이번 사망사건 전에도 여러 차례 절도와 무면허 운전 등의 범죄를 저질렀지만 번번이 훈방조치 됐다.

이 외에도 만12세의 제 2의 ‘n번방’ 사건, 초등학생의 흉기살인사건 등 청소년들의 각종 흉악범죄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범죄행위를 한 만14세 미만 청소년은 ‘소년법’의 보호를 받기 때문에 사실상 이들에 대한 형사처벌은 불가능하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처벌 강화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렌터카 사망사고를 계기로 촉법소년 엄중처벌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100만 7,040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는 청소년 범죄 유사 청원 중에서도 최다 수치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시작된 2017년 8월 이래로 소년법과 관련한 청원 건수는 1,935건이다. 또한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은 11개로, 청와대 1호 답변 청원도 소년법 폐지에 대한 청원이다.

소년법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건수 / 출처 KBS

소년법, 그게 뭐길래?

살인·강도·방화·강간을 이르는 4대 흉악범죄에도 청소년들은 감형을 받거나 처벌을 면한다. 왜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우리나라 소년법에 있다. 우리나라는 소년법을 통해 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에 대해 나이에 따라 처벌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소년법은 반사회성이 있는 만19세 미만인 ‘소년’에 대해 그 환경의 조정과 성행의 교정에 관한 보호처분을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함으로써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소년법이 처음 제정된 것은 1958년으로, 지금까지 12차례에 걸쳐 개정이 이뤄졌다.

우리나라 형법과 소년법에 기초하면, 범죄행위를 한 19세 미만의 소년범죄자는 범행 당시 연령에 따라 크게 △범죄소년(만14세 이상 만19세 미만) △촉법소년(만10세 이상 만14세 미만) △만10세 미만의 범법소년으로 나눌 수 있다. 촉법소년과 만10세 미만의 범법소년은 형사책임능력이 없는 ‘형사미성년자’로 구분되며 형사처벌이 불가능해 소년부법원의 보호사건으로 심리된다. 그중에서도 만10세 미만은 범죄행위를 해도 아무런 법적 규제를 하지 않고, 촉법소년은 사건의 경중에 따라 10개로 구분된 보호처분 또는 불처분결정을 받게 된다.

이들은 형사재판 대신 소년재판을 받는다. 소년재판의 지향점은 범죄자 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통한 소년의 건전한 성장에 있기 때문에 보호처분은 장래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칠 수 없도록 법률이 정하고 있다. 이에 소년원 송치처분을 받더라도 범죄경력으로 남지 않는다.

소년범의 분류

범법소년들, 그들에 대한 갑론을박

이러한 소년법 개정에 대한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됐다. 소년들을 위한 보호 장치인 소년법을 개정해서는 안된다는 주장과, 범죄행위에 대한 엄중 처벌이 필요해 소년법을 개정 또는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갈리면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건대신문>에서 우리 대학 학우들을 대상으로 지난 3일부터 7일간 ‘소년법 개정’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소년법 개정 또는 폐지에 대해 높은 비율(85.7%)로 학우들이 찬성 의견을 보였다. 찬성 이유와 그 의견에 대해 서완석(부과원·부동산20) 학우는 “소년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면서 살인을 저지른 소년은 성인과 동일하게 법을 적용하는 등의 개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소년법 개정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장유리(사범대·일교19) 학우는 “청소년은 도덕적으로 미성숙한 개체이며, 청소년이 성인과 동등한 사회, 금전적 지위를 갖고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조건과 권리를 갖추지 못했다면 성인과 같은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교육심리를 전공하는 박종효 교수(사범대·교직)는 “성인 범죄를 능가하는 수준의 청소년 범죄가 많아지고 이를 이용한다는 우려에 대해 부분적으로 동의하지만, 청소년은 성숙한 판단과 의식이 갖춰지지 않은 시기이기 때문에 행위에 대한 처벌에만 초점을 맞추면 모방범죄, 낙인효과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청소년 범죄는 가정적으로 방치되거나 교육이 부족한 이들이 저지르는 경우가 많아, 처벌보다는 청소년의 올바른 판단과 성숙한 행동을 돕는 교육에 초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령 하향이 능사는 아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촉법소년 연령 인하를 포함한 소년법 개정 또는 폐지는 논의돼왔다. 그러나 국회에서 법 개정안에 대한 찬반 의견이 합의를 이루지 못해 결국 회기 내에 관련 법안들이 처리되지 못했다. 정부는 청소년 범죄 문제에 대해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촉법소년과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촉법소년 엄벌촉구 100만 청원에 대한 답변으로, 지난 2일 청와대 강정수 디지털소통센터장은 “정부가 촉법소년 범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범죄 소년을 올바르게 교육시켜 사회로 복귀시켜야 하는 사회복지 및 교육적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대다수 전문가들이 소년범에 대한 처벌강화가 재범률을 낮추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 아니라고 지적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100만 이상의 동의를 얻은 촉법소년 엄중처벌 국민청원 / 사진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지난 1월 교육부는 앞으로 5년 동안의 학교폭력 예방 대책인 ‘제4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소년법이 적용되는 학교폭력은 경찰서장이 직접 법원에 소년보호 사건으로 접수하는 ‘우범소년 송치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학교폭력 전문수사관 등 신규 전문 인력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 11일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해 정부 부처 내에서도 논란이 많다”며, 전국 지자체 9곳에 ‘위기청소년 지원 전담기구’ 설치를 확대하고, 범죄수단으로 악용되는 랜덤채팅앱을 선별해 청소년 유해매체물로도 지정하는 등의 계획을 담은 ‘포용국가 청소년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박 교수는 “청소년 범죄에 대한 많은 부분이 가치관에 대한 문제이므로, 동아리나 온라인 커뮤니티등의 자치활동을 통한 청소년들의 자발적인 활동과 경험으로 학생들 사이에서 선한 행동이 권장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대학생들도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멘토 역할을 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이 해줄 수 없는 부분을 같이 고민해주면 궁극적으로는 청소년들을 범죄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예방효과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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