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드레트 올탄, 강신헌, 박정훈군의 터키 여행기③

▲터키 성소피아 근처, 거리에 있는 인터넷 룸 ©

이스탄불은 끝이 없는 것 같다. 전에 잠깐 언급했던 적이 있었지만 여러 군데의 언덕으로 되어있는 이곳은 언덕 하나를 넘으면 또 멀리 여러 언덕이 보이는 끝을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내 손 뼘으로 한 30000번에 30제곱은 움직여야 뭔가를 끝낼 것 같다.

이스탄불에 있는 동안 종교 기숙사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이곳은 어릴 적부터 종교에 관심이 있는 10살 정도에서 고등학생까지 약 100여명의 학생이 지방에서 올라와 인근 학교를 다니면서 생활하는 곳인데 터키 곳곳에 이러한 종교 시설이 있다고 한다.

한번은 학생들이 저녁에 공부하는 교실을 들렀는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학생들이 신기한지 우리 주위를 에워싼다. 완전히 터키 와서 서태지가 된 기분이다. 자신들이 배운 영어로 어설프게 어디서 왔는지 물어본다. 자폰? 친? 자폰은 일본 사람을 말하고 친은 중국사람을 말하는데 코레~라고 하니 난리가 아니다.

그러더니 혹시 터키 축구선수 중에 아는 사람이 있는지도 물어본다. 내가 또 월드컵 때 군대에서 한 경기도 빼놓지 않고 본 경력이 있어서(공부도 좀 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는 대충 알고 있기에, 일한 만시즈와 하산 사슈를 안다고 말했더니 모든 학생들이 함성을 떠나갈 듯 지른다. 이방인을 대하는 태도에 거부감이 없다. 모두들 밝게 웃고 순박하다. 그리고 우리 방에 기웃거리면서 아는 체를 하는데 머무는 동안 내내 즐거움이 가시지 않는다.

 

▲트램을 타고 직장으로 집으로 가는 터키사람들 ©

이스탄불에서 삼 일을 머무르기로 했다. 워낙 이 도시가 가지고 있는 역사성하며 매력적인 자원이 풍부한지라 서둘러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가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모두들 알겠지만 이 도시는 아시아 대륙과 유럽 대륙을 잇는 두덩이의 땅을 가지고 있다. 그 사이에 보스포러스 해협이 있다. 서로 다른 대륙에 일을 가지고 있는 직장인들은 대교를 통해 출근을 하던지 아니면 큰 여객선을 타면 날마다 두 대륙을 넘어 다닌다. 다른 대륙을 갈려면 여지없는 긴 계획과 각오가 필요한 우리와 비하면 단 1300원에 왕복이 가능하니 아주 큰 행운이라고 해도 될만하다.

▲보스포러스 건너는 박정훈군 ©
우리도 저녁 퇴근길의 사람들 틈에 끼어서 아시아 대륙에 발을 디딘다. 음~~~ 아시아 대륙이어서 그런지 공기가 다르다. 흙도 좀 붉으스레하다. (진짜다! 궁금하다면 가서 확인해봐). 흐흐~~ 석양과 함께 타는 보스포러스의 여객선이라. 정훈이와 난 한껏 폼을 재며 플래쉬를 터트린다. 반짝이는 등대를 배경으로 그리곤 저기 보이는 돌마바흐체 성의 불빛에 어느새 우리의 눈동자가 고정되어 있다. 아주 작은 움직임일지라도 아주 조용한 속삭임이라도 모두 간직하고 싶은 순간이고 삶이다.

다음날은 이스탄불에 온 이상 가보지 않으면 안 되는 곳 바로 성소피아 성당과 톱카피 궁을 정식으로 방문하는 날이다. 트램을 타고(오늘은 내가 직접 우취라고 말하면 코인을 샀다. ㅋㅋ 행복하다. 우취는 셋이라는 소리. 유치원생도 하는 거지만 그래도 자랑스럽다.)유유히 외곽을 지나 관광지를 향한다. 그리곤 나의 초점은 어여쁜 뭇 여성들에게 향해있고 그녀들의 초점은 나와는 정 반대를 꿰뚫고 있다. (속상하다. 웅~~~)

▲성소피아 성당을 가기전의 자그마한 골목길 꽤나 운치가 있다. ©
성소피아 성당은 원래 비잔틴 제국의 정교회의 건물이었으나 이슬람 세력이 콘스탄티노플 즉 이스탄불을 정복하면서 건물의 중요성과 타 종교를 박해하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비잔틴 제국의 상징이었던 이 건물을 파괴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슬람 땅에 있는 서양의 종교 문화라? 음 세계의 공존이라는 의미에서 음미해볼 수 있다. 종교의 가치를 서로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로의 문화까지 인정한다면 테러리즘, 비합리적 종교, 문화적 후진성 등.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왜곡되어진 이곳의 위치를 올바르게 읽을 수 있으리라.  

▲성 소피아 성당안에 있는 구멍. 손가락을 넣으면 소원성취를 한다고... ©
오리엔탈리즘에서 기반한 기존 서양의 착오적 행태와 서구 문화의 강요에서 나오는 상대적 박탈감의 이슬람문화가 어느새 우리에게는 안타까운 모습으로 굳어진 것이 아닌지 싶다. 그리곤 우리는 우리들만의 오리엔탈리즘으로 또 다른 타인을 가난하다거나 얼굴색이 다르다거나 약하다는 이유로 편견과 무시를 서슴지 않는다. 집에서 좀 더 생각해보길 들어간 aya sofia(터키어로는 이렇게 부르던데..)는 한참 내부공사로 분주하다. 한때 시멘트 같은 성분으로 천장의 일부를 덮고 있었던 부분을 제거하는 모습이었는데 웅장한 돔의 모습은 다색의 모자이크 문양과 함께 아직도 그 자태를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종교적인 중요성보다 역사적인 문제에 관심이 있어서 그런지 저기 나를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있는 예수의 모습이 사뭇 새롭다. 그림을 향해 살며시 미소를 품고 빽빽이 무언가가 적혀져 있는 설명판에 나의 발길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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