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드레트 올탄, 강신헌, 박정훈군의 터키 여행기④
▲톱카프 궁으로 들어 가는 정문 '제국의 문' © 박정훈 |
이 궁전의 구조는 네 개의 공간으로 구분되어 있다. 네 공간을 보통 첫 번째 정원, 두 번째 정원, 세 번째 정원, 네 번째 정원이라고 부른다. 톱카프 궁으로 들어 서기전 제국의 문(콘스탄틴노플을 점령한 술탄 메흐멧 2세의 통치 기간인 1478년에 세워 졌다고 한다)이라는 곳에서 잠시 발길을 멈춰 그 문을 바라다 봤다. 궁을 들어가기전 그 설레임이란 이루 말 할 수 없다.
이 문을 지나서 첫 번째 정원이 나오는데 나무들이 울창하고 옛 성터라는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이런 고풍스런 분위기에 취해 걷고 있을 때 아침부터 날이 꾸물꾸물 하더니 비가 보슬보슬 내리기 시작한다. 비가 오는 속에서도 올탄형이 가져온 피스타치오와 땅콩 등 견과류를 먹으며 걷는 기분은 상쾌했다. (여기까진 돈을 안내고 들어 올 수 있다^^) 이 정원을 걷다보면 왼편으론 가장 오래 되고 성스러운 교회의 하나인 성 이레인 교회가 위치하고 있다. 무슬림들이 이 곳에도 교회를 그대로 남겨두고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우리는 톱카프 궁전의 매표소가 있는 두 번째 문으로 비를 맞으며 걸었다. 이 문은 예절의 문(바부스 셀람)이라 불리며 메흐멧 2세의 통치 기간 중에 만들어져 "중앙 문" 이라고도 한다. 1524년에 쇠로 만들어진 이 문의 왼쪽 탑은 오스만터키 시대에 범죄를 저지른 고위관리들의 감옥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한국 사람이라면 이 문을 한번쯤 상상했을 듯하다. 왜냐하면 한국에 돌아와서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과천에 있는 어린이 공원에 있는 문이 이 문을 모델로 했다고 한다.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길러주기 위해 전세계를 다니며 찾던 중 이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톱카프 궁에 들어가기 위해 1인당 15,000,00TL(터키리라)를 내고 가야했다. 그런데 관람료가 만만치 않은데 우리들의 사정을 알기에 올탄형은 신헌이형과 내가 자신 것까지 박물관 관람료를 내는 것에 부담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indirim(할인)이라는 터키어가 눈에 확 들어와 걱정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즉, 터키 내국인은 할인된 가격으로 3,000,000TL이면 입장이란다. 이걸 보고 신헌이 형과 난 여직원보고 저희도 터키인이니 할인해 달라고 온갖 애교(?)를 떨었지만 실패. 암튼 실랑이(?)를 벌인 끝에 티켓을 구입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오스만 제국의 의회 '디반' © 박정훈 |
자~ 출발! 근데 어디로 가지? 딱히 관람 순서도 표시되지 않았고, 가이드도 없다. 그래서 신헌이 형과 난 Oltan형에게 몸을 맡긴 채 정원을 두리번거리며 걸었다. 발길이 닿은 곳은 ‘하렘’이라는 곳으로 궁녀들이 거주했던 곳이다. ‘하렘’은 관람 시간이 정해져 있었고 가이드와 같이 들어 가야했다. 터키어 가이드 밖에 없었지만 올탄형이 옆에서 상세히 통역을 해줄 수 있어 무지 안심이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우리가 실랑이를 해서 샀던 티켓은 일반 입장권이고 ‘하렘’과 ‘보물 전시실’을 가기위해선 15,000,000TL을 추가로 내야한단다. (정말 터키는 관광산업으로 먹고 사는 나라인지 입장료 하나는 정확하게 챙기네...) 비싼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입장하기로 했다.‘하렘’은 궁녀의 수는 수 백명에서 무랏 3세 때에는 1,200여명 정도였다고 한다. 술탄의 어머니와 술탄의 부인들 그리고 궁녀들은 정치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하렘’내부의 수많은 방들은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하렘의 내부 © 박정훈 |
왕의 접견실 오른쪽에는 ‘보물 전시실’이 있다. 오스만 제국의 부귀를 상징하는 보물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 건물들은 17세기부터 오스만 제국시대가 끝날 때까지 보물을 보관하는 창고로 사용되었다가 19세기에는 유럽에서 오는 고급 관료들에게만 이 보물들의 관람이 허용되었다고 한다. 신헌이 형은 이 보물들을 보며 연신 입을 다물지 못했다.(보석을 무지 좋아함^^) 이 박물관은 보석의 내용에 따라 4개의 방으로 나누어 전시되어 있었다. ‘보물 전시실’ 옆에는 오스만 제국의 왕들이 사용했던 의상들이 전시되어 있다. 여기서 첨으로 한국 관광객들을 볼 수 있었다. 올탄형의 설명으로 관람하고 있었는데 어느덧 뒤를 보니 한국 관광객들이 올탄형의 설명을 들으며 따라 오고 있었다. (역시 한국인이야~ 가이드를 데려오려면 돈이 드는데... 은근슬쩍 옆에 와서^^;) 이것도 나중에 한국에 와서 안 것 이지만 ‘보물 전시실’에는 사도 요한의 뼈와 두개골, 모세의 지팡이 같은 유물들이 이 전시되어 있는데 한국인들은 성지 순례하러 올 때 본다고 한다.
▲톱카프 궁 의회 천정. 가운데 내려오는 줄이 정의를 상징. © 박정훈 |
네 번째 정원을 들어서는 순간 훌륭하게 생긴 출입문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술탄의 가족과 측근 관료들만 사용했기 때문이란다. 이 정원 주변에는 벼랑이 있고, 벼랑은 모두 성벽으로 둘러쌓여 있어서 안전하다. 이곳에 들어서면 오른편에 보스포러스 해협이 보이는 아름다운 곳에 왕의 가족들이 식사를 했던 방이 있다.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대형 선박들의 행렬이 장관을 이룬다.
이 곳을 떠나 궁전의 부엌으로 갔다. 이 톱카프 궁 안에서 살았던 사람은 5천명 정도 된다고 하는데 이 부엌에서 일했던 종사자들이 무려 천 2백명 그러니까 25%에 가까운 사람들이 부엌에서 일했다고 한다. 현재 이 부엌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자기 전시실로 이용되고 있다. 궁전에는 중국, 독일 등에서 수집한 만 2천여 점의 도자기 들이 있다고 하는데 그 중 3천 점이 이 곳에 전시되고 있다. 전시된 도자기들은 중국에서 가져 온 것들이 있어서 그런지 한국의 도자기와 많이 흡사했다. 개인적으론 여기가 흥미가 없었다. 도자기 문화가 익숙한 한국에서 온 것도 있지만 많이 걷기도 하고 비도 오고 피로가 몰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발걸음을 재촉해 아쉽지만 아름다운 톱카프 궁전을 빠져 나왔다.
▲톱카프 궁 전경 © 박정훈 |
오스만 터키 제국은 세력을 확장하면서 톱카프 궁전이라는 위엄있는 궁을 만들어 냈다. 이 궁전에 있는 400년 동안 세계 최강으로 불릴 만큼 오스만 제국은 성장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술탄들이 민중의 목소리를 도외시하고 궁녀들과 환락에 빠져 있을 동안 오스만 제국은 보스포러스 해협의 역사 속으로 잠겼다. 어느 시대든 민중의 목소리를 듣지 못할 때, 아무리 화려했더라도 그 시대는 역사 속에서 사라져 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