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시사
상담원 : “라인, 무시할 수 없다니까요”편입학 학원에서 만난 사람들
양윤성 기자 | 승인 2004.05.24 00:00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는 거대한 ‘입시’의 또 다른 연장선 상에 ‘대학편입’이라는 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12년 동안 ‘대학입시’라는 테두리로 학생들을 가둬 놓는 현실 속에서 대학 진학 후 또 다른 ‘대학’에 얽매이는 대학생들. 그들은 왜 편입학원을 찾는가. - 편집자 풀이 -

 

■학벌주의 때문에 편입 준비하는 학생들

늦은 저녁 10시. 한산한 거리에는 가게의 주인들이 드문 인적을 대신한다. 화려한 간판도 하나, 둘씩 꺼지는 가운데 어두운 건물들 사이로 학생들이 내려온다. 가로수를 따라 쭉 올라가니 아직 나오지 못한 학생들이 한 건물에서 계속 빠져 나온다. 마치 수험생들처럼 한 건물에서 우르르 빠져 나오는 학생들. 그들은 다름 아닌 대학 편입 준비생들이다.

이 학원에 다니는 이모(22)양. 그녀 역시 다른 학생과 마찬가지로 좀 더 좋은 학벌의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편입 공부를 하고 있다. 전문대 출신인 이양은 “자신감 회복을 위해서 편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 동안 “대학 때문에 피해의식을 가졌다”는 그녀는 “남들이 한번 들으면 다 알 수 있는 학교 말할 때 잘 알려지지 않은 대학에 다닌 나는 괜히 움츠려 들게 되더라”고 말하며 학벌에 대해 가지고 있던 부담감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학원을 마지막으로 빠져 나오는 두 남학생.

“이 사회의 ‘학벌 주의’ 때문에 편입을 준비한다”는 신모(25)군은 “우리 사회가 명문대 위주로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이미 주류 기득권 층이 명문대를 나왔기 때문에 그들과 똑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명문대를 진학해야 한다는 것. 물론 그가 학벌을 처음부터 쫓은 것은 아니다. “대학이 평준화되지 않는 이상 서열은 없어질 수 없을 것 같고 더 나은 삶을 위해서는 편입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한 그는 “학벌이라는 벽을 깰 수 없기 때문에 거기에 순응하는 것이다”라고 말을 맺으며 씁쓸하게 돌아선다.

 

■우리나라=학력 지상 주의

입구에는 이번 달 영어 평가 문항 시험지가 뭉터기로 놓여져 있다. 게시판에는 ‘대학별 2003년 기출문제 분석과 예상 문제’ ‘영문법 정리’ 등 강의 계획서가 빽빽하고 ‘유가 인상, 파병, 경기침체’ 등의 단어가 보이는 ‘시사독해’라는 과목도 준비됐다. “이번 시험 성적에 따라 상위권 반에서 짤릴 수도 있나요”라며 걱정스럽게 물어보는 여학생 뒤에는 이름 모를 영어 교재로 가득 찬 창고도 보인다. 이곳은 바로 ‘편입학원’. 다른 대학을 가기 위한 또 다른 입시학원이다.

“편입은 또 다른 자신감”이라며 반기는 상담원. 그는 “우리나라가 아직까지 보수적인 사회이기 때문에 학벌이 어느 정도 통용된다”며 “학력지상주의 속에서 일부 전문대는 졸업 후 학생들에게 편입을 권장하기도 한다”고 귀띔해 준다. “어떤 회사든 그 회사마다 ‘라인’이 존재하며 진급할 때도 학벌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적.

하지만 기업뿐만 아니라 군에서도 이런 사례는 쉽게 접할 수 있다고 한다. 자습실에서 공부를 마치고 급히 나가는 김모(25)군은 학벌 때문에 군대에서 “많은 무시와 홀대를 받았다”고 말한다. ‘거기 밖에 못 갔냐’, ‘졸업해서 뭐 할거냐’ 등의 소리도 많이 들었다고. “훈련소 시절 각 반에서 조장을 뽑을 때 지방대, 전문대 출신은 거들떠 보지도 않더라”고 회상하는 김군은 자신감 회복을 위해서 편입을 준비한다. 이런 학벌의 문제점을 우리대학 학생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온 김도준(경영대·경영3)군은 “편입을 준비하면서 알았는데 편입 공부하는 학생들 대부분이 자기 나름대로 대학의 ‘순위’를 정해놓고 공부하는 것을 보고 정말 심각한 걸 느꼈다”며 놀랐다는 듯 말한다. 특히 “대학 타이틀에 집착하는 현상을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고. 처음에는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양윤성 기자  yoon8383@korea.com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양윤성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건국대학교 건대신문사
05029 서울특별시 광진구 능동로 120 건국대학교 학생회관 5층 건대신문사
대표전화 : 02-450-3913  |  팩스 : 02-457-3963  |  창간년월일: 1955년 7월 16일  |  센터장 : 김동규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동규
Copyright © 2020 건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