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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열어라!지하철 요금인상, 건국인의 평가“여론수렴 부족했다”
홍미진 기자 | 승인 2004.08.05 00:00

■“여론 수렴 잘 된 정책이요? 글쎄요… 없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 정책 결정자들의 여론 수렴·반영 능력은 매우 떨어지는 것 같다. 취재를 해보면 백이면 백, 모든 학생들이 여론수렴이 잘 된 정책을 묻는 질문에 “없는 것 같다”고 답하며 난감해했다. 오히려 학생들은 여론수렴이 잘 안된 정책을 묻는 질문에 이라크 파병, 행정수도 이전 등을 서슴없이 꼽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교통체제개편에 대한 여론조사 부재와 서울시장의 행정방식에 학생들은 ‘항상 저런 식’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권위주의인가, 카리스마인가

“이명박 서울시장, 권위주의적이에요.” 건대부고를 졸업한 한 재수생의 말이다. 그는 “정기권 발행도 독단적으로 결정했다고 들었다”며 “교통체계 개편과 같이 굵직굵직한 사업에 확신을 갖고 추진하는 것은 좋지만 그 방법이 너무나 권위주의적이었다”고 비난했다. 우리대학 신규환(경영대·경영3)군도 마찬가지. 신군은 “서울시장이 자기 주장만 하지 말고 시민단체나 여타 국민들의 문제제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태현(33·교직원)씨는 다른 반응이었다. “서울시장의 그러한 방식은 추진력으로 해석되어야 하며, 행정 차원에서 빚은 실수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황경필(건축대·토목4)군도 “준비가 미흡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서울시장의 모습은 권위주의적이라기보다는 카리스마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런 양분된 반응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것은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주의, 행정편의주의를 비판한 김(한양대·경영대·경영 01졸, 익명요구)군의 말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김군은 “주변의 친구나 선배가 공무원이 되면 어느샌가 권위주의적 모습을 갖게 되더라”며 “그들은 부인하지만 업무도 대충대충 하고 회식이나 술자리도 자주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특별히 하는 일 없다는 인상을 주는 다른 공무원들에 비해, 그나마 뭔가를 해보겠다고 추진하는 모습을 본 학생들은 ‘카리스마’를 느끼기도 한다. 이런 카리스마는 시민들에게 어느 정도의 권위주의는 눈감아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할 수 있다.

■‘권위’가 없으니까 ‘권위주의’가 주인 노릇

‘권위주의’란 ‘권위에 대하여 맹목적으로 복종하거나, 권위를 휘둘러 남을 억누르려고 하는 사고방식이나 행동 양식’이다. 그런데 이런 “권위주의는 권위가 떨어진 시대에 더욱 기승한다”고 우리대학 황주홍(정치대·정외) 교수는 설명했다. “권위는 그 지위나 역할에 걸맞는 정당성·도덕적 설득력·리더십 등을 갖추면 자연스럽게 형성되지만 그만한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사회의 요구에 강압으로 대응할 때 권위주의가 발생한다”고. 이런 권위주의는 “과거에는 피지배층이 암묵적으로 묵인했지만 민주주의가 공고화되면서 도전받게 됐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황교수는 대중교통체제 변경에 대한 시민들의 비난과 서울시의 대응에 대해 “의견수렴 부재와 사전준비 미흡을 비판하는 여론에 충실히 답하지 못하고 상부의 지시라고 일방적으로 대중교통체계를 변경하려 한다면 서울시 책임자들은 권위주의적 행정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민주적 카리스마’

세금만 축내는 것 같은 이미지의 공무원들에 비해 그래도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 노력하는 공무원들의 열정에는 많은 학생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빚어지는 권위주의적 모습은 때로는 대의를 이루기 위한 ‘옥에 티’로, 또는 60~70년대를 답습하는 ‘구시대적 발상’으로 학생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황교수의 말처럼 “21세기는 시민들에게 권력이 있는 민주주의 시대”다. “대화와 책임 있는 민주주의가 결핍된 행정편의주의적 서울시 운영은 권위주의적”이라는 비난을 들을 수밖에 없다.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카리스마이지 권위주의가 아니었다. 시민들의 여론을 잘 수렴하고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속 시원히 대답할 수 있는 ‘민주적 카리스마’. 이것이 진정으로 이 시대에 필요한 모습이라고 학생들은 입 모아 말하고 있다.

홍미진 기자  h-logall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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