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 네번째 숙제, 헌혈

초등학교 시절, 방학때면 어김없이 선생님이 내준 방학숙제 ‘탐구생활’, 보랏빛 표지의 탐구생활이 지금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탐구생활을 받고 집에 돌아온 날은 ‘보람찬 방학생활을 보내야지’라며 결심을 다졌지만 한번도 제대로 지킨 적이 거의 없었던 지난 방학들. 이번 방학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도 의미있게 보내기 위해 탐구생활을 마련해보았다. 그럼 이제 탐구생활을 펼쳐보자! - 편집자 풀이 -

예전에 거꾸로 틀면 ‘피가 모자라’라는 괴성이 들리는 서태지 노래를 친구들과 함께 들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서태지가 지금의 피 부족 현상을 ‘예견!’ 했으리라곤 절대 생각하지 않지만 어찌됐건 요즘 부족한 혈액 상황은 ‘피가 모자라’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래서 탐구생활의 미션은 ‘피 뽑아서 남 주자!’

조금만 번화한 곳이면 헌혈의 집은 어디에나 있다. 전철역 안도 물론. “헌혈하세요”하고 붙잡기 전에 당연히 하러왔다는 듯 문을 박차고 들어가자. 헌혈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10분. 간단한 검사를 받고 누워 피를 뽑자. 밥은 꼭 먹고 가야한다. 기자는 밥 먹은 지 8시간이 지나서 헌혈을 못한다는 말을 듣고 하겠다고 우겼지만 헛일. 요새 O형 혈액이 부족하다던 간호사도 많이, 정말 많이 아쉬워하는 표정이다.

헌혈을 한 뒤 우리는 집으로 돌아오지만 뽑은 피는 어디로 갈까? 모르는 사람들은 기자를 따라 갓 나온 따끈한 피를 추적해 보자. 건대입구역 헌혈의 집에서 모인 혈액은 남부혈액원으로 보내진다. 혈액이 처음 도착하는 곳은 공급과. 혈액에 바코드를 붙이고 제제과로 넘긴다. 여기서 받은 혈액을 세탁기처럼 생긴 원심분리기에 넣고 돌린다. 그러면 적혈구와 혈장이 분리되고 다시 혈장만 한 번 더 돌리면 혈소판과 혈장으로 분리된다. 이러면 게임 끝. 적혈구와 혈소판, 혈장은 다시 공급과로 보내져 병원으로 가기만을 기다리게 된다. 각자의 혈액샘플은 검사과로 올려져 들어온 혈액은 모두 철저한 검사를 받는다.

요즘엔 피가 작년에 비해 절반정도로 줄어서 재고가 거의 없다. 들어온 혈액은 그날그날 바로 나간다. 취재 중에도 병원에서 공급요청 전화가 빗발쳤지만 혈액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누구나 할 수는 있다고 하지만 하지는 않는 헌혈. 그러나 자발적으로 헌혈을 하러 오는 멋진 사람들을 취재 중에 만나 볼 수 있었다. 무려 105번째 헌혈을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남몰래 골수기증도 2번씩이나 했다고 한다. 조용하지만 아름다운 선행이다. 또 기말고사가 끝나던 날에 아버지를 모시고 같이 헌혈을 하러온 고3학생도 있었다. “헌혈은 꼭 필요한 것이라 생각해 헌혈에 대한 안 좋은 보도에도 크게 개의치 않았어요”라며 나이답지 않은 성숙함을 보여준 이충호(휘문고3)군.

우리 대학생들도 지금의 ‘헌혈불감증’을 딛고 헌혈에 참여해 보는 건 어떨까? 따뜻한 나눔이 피어나는 사회를 위해 우리, 피 뽑아서 남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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