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 첫번째 숙제

초등학교 시절, 방학때면 어김없이 선생님이 내준 방학숙제 ‘탐구생활’, 보랏빛 표지의 탐구생활이 지금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탐구생활을 받고 집에 돌아온 날은 ‘보람찬 방학생활을 보내야지’라며 결심을 다졌지만 한번도 제대로 지킨 적이 거의 없었던 지난 방학들. 이번 방학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도 의미있게 보내기 위해 탐구생활을 마련해보았다. 그럼 이제 탐구생활을 펼쳐보자! - 편집자 풀이 -

▲ © 김혜진 기자

민족의 주식, 쌀. 전국 곳곳에서 나오는 쌀 중에서도 가장 맛있는 쌀이 나오는 곳은 어디일까? 정답은 철원. 물 맑고 공기 좋은 환경 덕에 좋은 품질의 쌀이 나온다. 하지만 철원이 청정지역이 되기까지는 의도하지 않은 아픔이 서려있다. ‘역사와 미래의 고장, 통일을 준비하는’ 철원으로 역사기행을 떠나보자.

역사기행의 출발지는 ‘철의 삼각전적관’이다. 이곳은 사실상 철원의 역사관광지를 총괄하는 장소로, 비무장지대 안으로 들어가려면 이곳의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곳 1층 전시관은 매우 이채롭다. 입구의 6·15공동선언 당시 사진과 출구의 통일염원 포스터. 그리고 입구 맞은 편 굶주린 북한주민의 모습, 주민통제와 김정일 1인체제에 대한 소개는 북한을 바라보는 이중적 시각이 인상 깊은 대목이다.

비무장지대로 ‘안보견학’을 가기 위해서는 꽤나 복잡한 서류상 절차가 필요하다. 그리고 DMZ초소까지 가는 길가는 미확인 지뢰매설지역. 실탄이 장전된 K-2소총을 들고 있는 군인들. 북으로 다가갈수록 느껴지는 비장함과 엄숙함은 우리의 기를 죽인다.

철의 삼각전망대에서는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는 문구와 제2땅굴의 ‘우리는 지금 당장 적들과 싸워 이길 준비가 되어 있는가!’는 표어가 눈길을 끈다. “안보의식고취를 위해 간부수련회를 이곳으로 왔다”는 선생님을 따라 온 고등학생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 © 김혜진 기자

공산치하에서 애국인사들을 체포, 고문, 학살했던 곳인 노동당사는 ‘발해를 꿈꾸며’ M/V로 익숙한 곳이다. 전쟁당시 포격으로 뼈대만 남은 외관만큼이나 역사적 배경이 잔혹한 이곳에서 ‘시원스레 맘의 문을 열고 우리와 나갈 길을 찾아요~’라는 노래가 울려퍼졌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각종 반공문구와 공포(?)분위기로 기가 죽은 가슴에 한줄기 빛이 보이지 않을까?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우리 민족끼리 대치하고 있는 슬픈 현실에서 ‘발해를 꿈꾸며’는 우리 민족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