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밤 술자리 때문에 살짝 어지러운 머리. 수업시간에 지각하지 않으랴 급하게 먹은 점심 덕분에 더부룩한 속, 오랜만에 후배와 함께 축구하다 삐끗한 발목…. 이런 일들은 매일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한 번쯤은 겪을 것이다. 하향 곡선을 그리는 컨디션을 딛고 미련하게 하루를 보낼 수도 있겠지만, 이럴 때 학생회관 2층 학생복지처 내에 위치한 보건실을 찾아가 보자. 이 곳은 장한벌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편안한 안식처다.

보건실 문을 열자 창문을 타고 넉넉히 스며드는 햇살만큼이나 편한 미소의 김정옥 선생. 김선생은 20년 동안 우리학교 보건실에서 학생들의 이마를 짚고 있는 백의의 천사(?)다. 거부감이 들지 않는 소독약 냄새와 청결한 보건실 내부에서 김선생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표면적인 배려와 더불어 아파서 불안한 표정을 짓고 들어오는 학생들에게 역시 따듯한 배려로 처방을 내려준다. “두통이나 소화불량, 간단한 타박상 때문에 불편하면 보건실로 찾아오세요”라며 “깊은 상처나 심하게 아픈 경우는 건대병원으로 보내드리죠”라는 김선생. 보건실은 수술장비나 전문의학장비가 갖춰 있지는 않다. 간단하게 환자의 몸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기구들이 갖춰져 있을 뿐. 하지만 김선생의 배려는 그 어느 병원 못지않다.

보건실은 처방에 의해 약만 받는 약국이 아니다. 몸이 안 좋아 쉬고 싶을 때는 보건실에 와도 무방하다. 우뚝 서있는 원적외선 치료기 옆의 침대를 보며 “너무 푹신한 것 같아요”라는 기자의 말에 김선생은 옛 추억을 더듬고 있었다.

여담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10년 전 쯤, 한 여학생이 “몸이 너무 아프다”며 보건실에 휴식을 취하러 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여학생은 일어날 기색을 보이지 않더란다. 김선생은 상태가 의심스러워 건대병원으로 여학생을 보냈다. 하지만 이게 웬일? 여학생은 가슴깊이 뿌리내린 실연의 아픔을 참지 못해 수면제를 먹었던 것. 김선생은 “아직도 그 때를 떠올리면 가슴이 철렁해요”라고 웃으며 말한다.

어느덧 해가 꽤나 무거워졌나 보다. 붉은 노을이 보건실을 가득 채울 무렵 “이른 9시부터 늦은 5시 30분까지 보건실은 항상 열려있어요”라는 김선생. 건네는 인사에 보건실을 나가는 발검음도 한결 가볍다. 가벼운 통증, 불안한 눈동자로 하루를 보내기보다 보건실을 찾아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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