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에 대한 남녀의 솔직한 이야기

제6차 월경페스티벌 본 마당이 지난 4일 우리대학에서 열렸다. 화려했던 월결 페스티벌의 뜻을 이어 그동안 여학생들이 말 못했던 월경에 관한 속사정 그리고 그것을 들은 남학생들의 반응을 담아봤다. 그리고 이에 대한 여성학 전문가 조미숙(문과대•국문) 교수의 의견을 들어본다.    -편집자 풀이-

오늘은 모꼬지가는 날. 그런데 하필이면 오늘 생리를 시작했다. 생리통이 워낙 심한데, 어떻게 말하지? ‘생리중이라 아파서 쉬고싶어’라고 하면 남자들이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지 않을까? ‘여자가 겁도 없이 이런 말을 막 한다’고 욕하지는 않을까?

박재분(정치대·행정4)군 : 여성으로부터 ‘생리한다’는 말을 들으면 당황스러울 것 같아요. 솔직히 ‘이런 말도 막하네’라는 생각도 들 것 같구요.

문진섭(정통대·컴공1)군 : 제 주위의 여자친구들은 이런 말을 쉽게 잘 해줘서 별로 개의치 않아요. 오히려 이런 말을 들으면 ‘약 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고광원(법과대·법2)군 : ‘나 때문에 기분 나쁜 게 아닌가’하는 오해를 예방할 수 있어서, 오히려 이런 말을 해주는 게 더 고마울 것 같아요. 그리고 전 배려하고 싶은 생각이 먼저 드는데요.

☞조미숙 교수 : 답변에서 나타나는 명제는 두 가지군요. 월경을 하니 여성은 불쌍하다, 여성은 월경하는 것을 표현해서는 안된다. 월경을 하는 것은 성숙한 여성의 특권이지, 불쌍한 것은 아닙니다. 시인 박노해는 <나는 왜 이리 여자가 그리운가>에서 여자가 남자보다 키가 작고 힘이 약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노래했는데 공감이 가서 소개합니다.

자궁과 젖가슴을 집중해서 발육시키기 위해서 입니다/ 다음 생명을 낳아 기르기 위해/ 키 크는 성장도 싸우는 강함도 멈춰주는 거지요/ 그렇습니다 미래를 낳아 기르기 위해서 입니다/ 그래서 여자는 속이 깊고 부드럽고 따뜻하고 강인한 겁니다/ 미래를 위해 기꺼이 키 작아지고 힘 약해지는 것입니다//

생명을 낳아 기르기 위한 월경은 동정을 받을 일이 아니라 오히려 축복을 받을 일이죠. ‘여성 스스로 “나 월경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 ‘월경을 겉으로 표현해서는 안 된다’ 는 것은 인류가 이어온 잘못된 역사의 산물입니다.

 

‘생리’를 굳이 말할 필요 있을까? 남자들도 그들이 ‘포경수술’하는 것에 대해 얘기하지 않듯이 여자도 굳이 ‘생리’를 얘기할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 그저 혼자 조심하면 되는거 아닐까?

손재웅(건축대·건축4)군 :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알리지 않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자랑스러운 일도 아니잖아요. 여자들이 그냥 예민해서 그런 거 아닌가요?

안민형(공과대·기계항공1)군 : 저는 보수적인 편이라 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동의하는데요. 하지만 알려야 하는 상황에서도 다른 이유 때문에 말 못하고 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생리라는 건 새 생명이 태어나는 준비과정인데 축복 받아야 하는 거잖아요.

☞조미숙 교수 : 위에서 언급했듯이 월경은 금기가 아닙니다. 고대인들은 여성들의 월경을 어떻게 보았을까요? 처음에는 ‘달’마다,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여성의 신체적 변화에 신비스러워하고 심지어 두려워했습니다. 그러다가 남성중심의 역사가 이뤄지면서 월경은 여성 배제의 수단으로 사용되었고, 월경을 하는 여성은 불결하다고 해서 공동체에서 격리되거나 공적인 행사에서 배제되기도 했지요.

월경은 말할 수 없는 것, 감춰야 하는 것, 부끄러운 것으로 인식된 것도 바로 그런 이데올로기에서 만들어진 것이죠. 월경을 자연스러운 것? 즐거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말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축복이므로 숨길 필요 없다’는 학생들의 말은 우리 사회의 시각 변화를 대변하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대학에 생리결석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혹시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이 특권을 누리려고 한다”고 생각하진 않을까?

최성식(공과대·기계항공3)군 : 생리결석은 한달에 한 번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아요. 하지만 객관성을 보장할 수 없다면 개인의 양심에 맡겨야 하는데 신빙성이 문제될 수 있겠네요.

서상혁(건축대·건축4)군 : 생리결석이 필요하긴 하지만 수업을 빠지면 오히려 자신의 학업에 영향을 미칠 것 같아요.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김영훈(정치대·정치학부1)군 : 일반 기업체에도 생리휴가가 있기 때문에 괜찮은 것 같아요. 다만 남용을 막기 위해 날짜를 제한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조미숙 교수 : 답변한 학생들은 학교의 ‘생리결석제도’를 수용하는 입장이네요. 좋은 일이군요. 법적인 측면에서 ‘생리휴가’는, 월경일에 작업이 곤란한 여성근로자에게 주는 월 1일의 유급휴가를 주는 제도입니다. 취지는 좋지만 한계점도 있지요. 여성은 한달에 4일에서 7일, 인생의 8분의 1에서 4분의 1 정도를 월경으로 보내죠. 그만큼 월경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아픔을 줄이려는 노력은 중요해요.

그런 측면에서 대학에 생리결석제도가 생기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리결석제도가 학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도 설득력이 있어요. 결석을 하면 스스로에게 손해인 만큼 여학생들 스스로 정 아플 때 생리결석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봐요.

생리를 하면 생리혈에서 나는 냄새를 남자들이 빨리 알아챈다’는 말이 있던데, 그것 때문에 생리하는 날이면 언제나 긴장이 된다. 혹시 남자들이 알아채면 어쩌지?

이상준(상경대·국제무역4)군 : 개인차가 있겠지만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니까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할 것 같아요. 여성들이 그런 것에 너무 민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익명(정통대·전자4)군 : 남성들은 여성들이 그런 걱정을 한다는 사실을 잘 몰라요. 대부분 남성들은 그런 정보를 접해본 적도 없을 뿐더러, 설사 냄새가 나더라도 화장품 냄새 때문에 남성들이 느끼지 못할 것 같은데요? 그리고 그것을 알게 되더라도 어떻게 배려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조미숙 교수 : 이런 걱정 자체도 월경을 금기시해온 역사가 빚어낸 비극이죠. 그건 걱정할 문제는 아니에요. 오늘날은 바야흐로 자신의 몸을 긍정하는 시대잖아요. 몸을 긍정하는 시대는 것은 월경도 긍정해야 합니다. 월경은 불결한 것도 수치스러운 것도 아니니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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