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하는 삶, 윤보람(정치대·행정2)양과 하루나기

■ P.M 12. 30

▲ © 김혜진 기자

지난 3일 사회과학관 307호 강의실에서 보람이를 만났다. 다리가 조금 불편한 보람이는 맨 앞자리에 앉아 교수님의 설명을 꼼꼼히 적으며 수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수업이 끝난 보람이는 의자에서 일어서는 것도 쉽지 않다. “의자 한쪽이 책상이랑 연결되어 막혀 있잖아... 두 의자가 나란히 막혀 있을 때는 앉을 수가 없어”라고 말하는 보람이는 뚫려 있는 쪽으로 앉으면 된다고 웃어 보이며 강의실을 나선다. 장애인용 책걸상이 마련되지 않아 수업받기가 꽤 불편할 텐데도 많이 적응한 눈치다.

■ P.M 12. 50 북적되는 건물, 높게만 느껴지는 계단

▲ © 김혜진 기자

수업이 끝난 1시, 점심을 먹으러 학생회관으로 향한다. 강의실을 나서 계단을 내려가는데 많은 학생들 틈에 보람이는 너무나 위태로워 보인다. "다리가 불편한 나한테 계딴이 꽤 높은 편이라 걷기가 쉽지 않은데 사람들까지 피해 가야 하니까 어려워." 보람이가 말을 하는 순간, 위에서 내려오는 학생들과 아래서 올라오는 학생들 틈에 잡고 있던 난간을 그만 놓쳐 버렸다. 다행이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위험한 상황이었다.

 

 

 

■ P.M 1. 00 울퉁불퉁한 바닥

▲ © 김혜진 기자

사회과학관의 많은 인파를 뚫고 1층으로 내려와 드디어 편안한 평지를 걷게 됐다. 자신 있는지 보람이의 걸음이 조금 빨라진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다. 울퉁불퉁한 바닥이 보람이의 앞길을 막고 있었다. “표면이 평평해야 걷기가 좋은데 이런 바닥은 발을 디디면 균형을 잃어서 걷다가 자주 넘어질 뻔 했어.” 넘어질 뻔 한 기억 때문인지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디디며 또 한번 고비를 넘겼다.

 

 

 

■ P.M 1. 05 장한벌을 달리는 차

길 건너 보이는 학생회관. 길을 건너기 위해 지나가는 차가 없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차가 오지 않아 길 건너기를 시도했다. 그런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차가 보람이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차도 너무 많은데 속도까지 빨라서 길 건너기가 무서워. 그리고 전동휠체어를 타는 사람들은 뒤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차가 뒤에서 달려오면 정말 위험해.”  

■ P.M 1. 20 학생회관에서의 점심

▲ © 김혜진 기자

달리는 차를 피해 드디어 학생회관에 도착했다. 학생회관에서 자주 점심을 먹는 보람이지만 지하1층 계단은 언제나 위험한 관문이다. 오늘도 힘들게 식판을 집어 들고 밥과 국을 담았지만 결국 보람이는 식판을 나르지 못했다. “식판을 들고 걸으면 국이랑 밥이 쏟아져버려서 평소에 식당 아주머니가 도와주시는데...”

혼자 힘으로 식판을 받으려던 보람이는 얼굴이 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점심을 먹으러 온 게 아니라 운동을 하러 온 것 같은 모습이다. “밥 먹을 때는 아주머니가 도와주시고 가져다 놓을 때는 학우들에게 부탁을 하는데, 봉사 도우미가 있어서 밥 먹는 거라도 좀 편해 졌으면 좋겠어.”

 

■ P.M 1. 40 학생회관에 학생이 갈 수 없다

▲ © 김혜진 기자

공강시간이 되었다. 수강정정을 해야 한다는 보람이는 전산실을 찾았다. 기자는 가까운 2층 대청마루를 권유했다. 그러나 곧 실수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학생회관 임에도 장애학우들을 위한 엘리베이터가 없다. 결국 보람이는 또 고생을 하게 되었다. 전산실에서 수강정정을 마친 보람이. “학생회관은 밥 먹으러 자주 와도 2층은 두 번째 와봤어. 사실 오기가 두렵거든.” 학생복지처가 2층에 자리 잡고 있는 학생회관에 두 번 와봤다는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학생복지처와 다양한 동아리가 있는 건물에 장애학우들은 엘리베이터가 없어 이동하기가 너무 불편하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학우는 학생회관에서 이동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동아리 활동을 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일 수밖에...

■ P.M 1. 50 수강신청 1순위, 가장 가까운 건물

▲ © 김혜진 기자

땀을 많이 쏟은 보람이와 잠시 쉬기로 했다. 음료수를 나눠들고 수강신청을 어떻게 했느냐고 물었다. “전공 신청하고 남은 학점으로 교양을 듣는데 다니기 불편하니깐 가까운 건물에서 하는 과목으로 신청해”, “이번 학기 사회과학관에서 듣는 수업이 많다”며 좋아하는 보람이는 작년에 수강신청을 잘못해서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작년에 연강으로 수강신청을 했는데 쉬는 시간 10분 동안 사회과학관에서 문과대로 가야했어. 그땐 잘 몰랐던거지... 결국 매번 지각했어.”

■ P.M 2. 10 도서관 가는 험난한 길

▲ © 김혜진 기자

책읽기를 좋아하는 보람이는 공강시간을 이용해 도서관으로 향했다. 종합강의동 사이로 오르는 엄청난 언덕이 보람이의 발을 잡았다. 도서관 가는 길이 산행하는 기분이라는 보람이. 도서관을 오르는 언덕 앞에서 깊게 숨을 내쉰다. 한발 한발 내딛어 언덕을 오른 보람이의 얼굴에 땀방울이 송송 맺혀있다.

그래도 고지(?)에 도달해서인지 안도의 표정이다. 평지를 함께 걷기 시작한 기자는 갑자기 보람이를 부축해야 했다. 아스팔트가 다 갈라지고 솟아 있어 넘어질 뻔한 것이다. “도서관이 제일 어려운 곳”이라는 보람이는 괴로운 표정으로 걷기를 계속했다.

 

■ P.M 2. 20 비장애학우 전용 엘리베이터

▲ © 김혜진 기자

3층 열람실 입구를 통과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장애인 표시가 보이는 엘리베이터는 ‘만원’이라는 표시와 함께 3층에 섰다. 비장애학우들이 우르르 내리고 다시 비장애학우들과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가 있어도 이렇게 비장애우들이 많이 이용하니 기다리는 건 이제 일상이지.”

1층에 내려 다시 출입구를 지나 개가서고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로 갔다. “1학년 때는 엘리베이터가 어디 있는지 몰라서 계단을 걸어 다녔어. 알고 보니 이곳에 엘리베이터가 숨어 있더라구.” 1층 출입구에서는 엘리베이터 표지를 찾을 수가 없다.

■ P.M 2. 40 다시 강의실로

도서관을 나와 다시 수업이 있는 사회과학관으로 향했다. 공강 시간이 2시간이나 있었지만 점심을 먹고 도서관을 다녀오기에 다리가 불편한 보람이는 빠듯했다. 사회과학관 계단을 오르던 보람이는 힘이 많이 들었는지 결국 주저앉아 쉴 수밖에 없었다. 2시간 남짓 학교를 돌아다녔을 뿐이지만 보람이는 녹초가 되어 강의실로 돌아왔다. 이동하는 것조차 이렇게 힘이 드는데 수업이나 제대로 들을 수 있을까? 장애학우의 화장실은 어느새 창고가 되었고 경사로는 이용하기에 너무나 높다. “정말 필요한 것은 장애인을 위한 작은 배려인데...” 보람이의 말이 자꾸 머릿속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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