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도 있고 3등도 있는데 2등만 없는 것, 바로 여학생 휴게실(여휴). 가장 많은 여학생이 생활하는 사회과학관에도 여휴가 있고, 세 번째로 많은 공학관에도 있는데 두 번째로 여학생이 많은 문과대에는 여휴가 없다. 왜 우리 단과대 건물에는 여휴가 없는가. 여학생 수 500명이 넘는 문과대학, 예술문화대학, 과학관, 사범대학을 대상으로 그 배경을 알아봤다. -편집자 풀이-

■여휴 있는 곳과 없는 곳

학부에 해당하는 각 건물 별 여학생 분포(소속 단과대 기준)와 여휴 설치 유무를 보면 다음 표와 같다(04년 4월 재적생 현황. 학사관리팀 제공) 

건물명

여학생수여후

사회과학관

(경영대+상경대+정치대)

1,4630
문과대학1,181
공학관1,1340
예술문화대학875
과학관(이과대학)547
사범대학507
축산대학4120
생명환경과학대학3820
종합강의동(법과대)2920
수의과대학205
※○는 ‘여휴 있음’을 의미합니다.

여휴를 꼭 설치해야 하는 건물은 어디일까. 당연, 더 많은 여학생들이 생활하는 건물. 그런데 표를 보면 여휴의 분포가 여학생 수와는 관련 없음을 알 수 있다. 올해 초, 총여학생회는 모든 단과대 학생회에 여휴 설치를 제안했다. 그렇다면 비교적 여학생이 적은 종합강의동에도 여휴가 있는데 왜 다른 건물에는 여휴가 없을까.

■문과대, 연구실로 변신

문과대에는 지난 99년까지만 해도 여휴가 있었다. 그러나 02년 김성민(철학)교수가 한국학술진흥재단 연구비 2억을 따내면서 의무적으로 연구실을 설치해야 했다. 문과대 학생회와 교수진은 그동안 제 역할을 못하던 여학생 휴게실을 연구실로 사용하기로 결정, 지금은 전임연구원연구실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김교수가 지난 9월 연구비 2억 4천을 또 따내, 오는 6월까지 현재 전임연구실을 그대로 사용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여휴는 만들어 질 수 없는가. 현재 자치공간만 고려해 보면 현존하는 3개의 세미나실 중 하나를 여휴로 바꿔야 한다. 이에 대해 김영리(국문4) 학생회장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99년 당시 여휴에 타대학 남학생들이 들어와 담배를 태우는가 하면, 도박을 하기도 해 여러 번 쫓아냈다”는 김영리 학생회장은 “여휴를 본래 목적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학우들이 원한다면 여휴를 설치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학생들의 여론이 파악되면 그것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예문대, 사범대 ‘너무 좁아서’

예문대, 사범대는 여휴는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공간이 매우 좁았다. 예문대 8개 과는 과방조차 없고, 그나마 두 개의 과는 공간 한 곳을 나눠 쓰고 있다. 문성욱(시각디자인3) 학생회장은 “과방도 없는데 여휴를 만들기가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사범대는 학생회실과 과방 5개, 동아리방 2개를 가지고 있다. 최종수(체교3) 학생회장도 “많은 동아리와 소모임들이 자치공간을 요구하는데다가 강의실과 연습실도 부족해” 여휴는 꿈도 못 꾼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과대, 여휴 대신 열람실

이과대는 02년 1년간 여휴를 운영했지만 작년, 학생회가 서지 못하면서 여휴도 사라졌다. 그 후 올해 학생회는 여휴로 사용하던 공간을 ‘과제도서실2(열람실)’로 바꿔쓰고 있다. 남승관(물리3) 부학생회장은 “여휴를 관리하겠다는 학생도 없었고 그들에게 줄 장학금도 없던 중 기존의 ‘과제도서실1’을 좀더 넓혀달라는 학우들의 요구에 따라 여휴를 과제도서실2로 바꿨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한미라(자연과학부1)양은 “남학생들이 있으면 아파도 눕지도 못 한다”며 “과제 도서실2를 여휴로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반면, 이영신(지리4)양은 “여휴도 필요하지만 도서관 열람실이 먼 만큼 그대로 과제도서실로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의 단과대들은 여러 사정으로 여휴를 만들지 못했거나 다른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된 공통적 이유는 공간부족. 김승은(경영대·경영정보3) 총여학생회장의 말처럼 “과방이 없을 정도로 공간이 부족한데 여휴만 강조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결국 “자치공간 확보를 요구하는 흐름을 만들어야하는 것”. 더불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학생회의 노력도 선행돼야 한다.

앞선 모든 학생회장들은 “학생들의 의견에 따라 그에 맞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때문에 본사는 설문을 통해 앞선 네 단과대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보고자 한다. 설문조사 결과와 이에 따른 향후 전망은 다음호 1152호에 실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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