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영훈 기자

누구나 사람들은 어렸을 때의 모습을 사진에서 찾게 된다. 사진 속에서 웃거나 혹은 우는 어린 나의 모습에서 또 다른 나를 찾게 되고 기억한다. 사진에는 추억이 담겨있다. 우리들은 사진에서 알거나 혹은 알지 못했던 추억들을 찾게 된다. 거기서 또 다른 나를 찾는다.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셔서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할아버지를 사진에서 만나고 내 안에 할아버지를 담고...... 사진에는 무엇인가 큰 힘이 담겨져 있다.

사진 속에서 ‘정지의 미학’을 발견한다. 사진 속에 정지된 사물과 사람들의 모습들 속에서 움직일 때와는 다른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담배를 피우는 할아버지 얼굴의 주름에서 인생을 배우고, 하찮게만 보았던 인형의 눈에서 어딘가 모르게 인간과 같은 희노애락(喜怒哀樂)을 느끼게 된다.

암실에서 작업을 할 때는 ‘정지의 미학’이 더욱 더 분명해진다. 내가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보았던 것들이 하얀 인화지 위에 검게 물들어 갈 때,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하얀 인화지 위에 점점 물들어 갈 때면 사진을 공부하고 카메라를 애지중지하시던 아버지를 이해하는 나를 발견한다.

사실 어렸을 때 나는 무거운 카메라 가방을 들고 산이나 바다로 사진을 찍으러 가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왜 그러시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일들이 모두 쓸데없는 일이라고 어린 마음 속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사진을 찍고 인화하는 나를 보면서 그 때의 아버지와 닮은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기도 한다.

“우리가 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사진을 찍었을 때 내가 본 것과 인화지에 검게 물든 상을 보았을 때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 발견하게 된다. 하루하루 많은 사람들과 사물들을 지나쳐갈 때 우리들은 그 안에 감추어져 있는 많은 본질들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사진은 그것들을 느끼고 발견하게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많은 추억들과 정지된 것들의 미학과 본질들을 보면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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