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논리만 가득하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여기, 흑백논리의 대가 '봉'기자가 소개팅을 한다고 한다. 과연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까?  -편집자 풀이-

2004년 11월 11일. 신문사에서 기사를 쓰고 있는 ‘썰’기자. 이때 검은색 남방에 흰색 바지를 입은 흑백논리의 대가 ‘봉’기자가 썰기자에게 다가오는데.

썰 : 너 뭔 일 있냐?

봉 : 올 연말… 난 대학 오면 여자친구, 지천에 널릴 줄 알았다.

썰 : 이해된다. 올 연말에도 방안에서 특선영화를 하루에 3편씩 봐야 할 처지란 소리구나.

봉 : 방송사 마다 한편씩.

썰 : 좋아. 형이 여자 친구 한명 소개시켜 주마. 싫어하는 스타일을 말해봐.

봉 : 일단, 전쟁반대라고 외치는 반미주의자들은 싫어. 현실적인 친미주의자가 좋아.

썰 : 반미주의자는 비현실적이고 친미주의자는 현실적이다? 흠, 뭐 좋아 어쨌든 절반 제외.

봉 : XX교를 믿지 않는 무신론자들도 싫어. 유신론자만.

썰 : 흠… 그럼 YY교는 종교도 아니냐? 어쨌건 그리고?

봉 : ‘중동은 미국에 독립운동 중’이라며 테러 무서운 줄 모르는 사람도 제외. 그리고 공무원파업을 지지하는 좌파도 제외, 그리고 지방대에서 편입한 사람도 싫어.

썰 : 왜?

봉 : 공부 못하잖아.

썰 : 편입한 사람들이 공부 더 열심히 하더라.

봉 : 어쨌든 난 싫어.

썰 : 뭐, 알겠다.

봉 : 또 있어. 자본주의가 싫다고 하는 사람은 공산주의자잖아. 그런 사람도 싫어. 또 치마를 안 입는 남자 같은 여자도 싫어. 명품이 하나도 없는 돈 한 푼 없는 사람도. 컴퓨터게임도 안하는 범생이는 절대 안돼.

썰 : … 내가 찾을 수 있을까?

봉 : 또 있어. 진정한 음악인 록음악을 싫어하고 싸구려 댄스나 듣는 사람도 싫고, 동성애를 인정하자고 하는 사람, 쌀개방 반대 외치는 운동권도 싫어. 그리고 강남에 안사는 사람도.

썰 : 역시 흑백논리의 대가다워. 좋아, 너의 이상형에 맞는 여자를 찾아냈어.

봉 : 예뻐?

: 이 사람이야.

: 뭐…뭐야!

썰 : 봉군. 자네가 제시한 13개의 기준에 맞춰 절반씩 제외했더니 이렇게 됐어. 우리대학 여학우는 대략 6000명이니까, 2000/2¹³ 이면 결국 마지막 남은 한사람도 반으로 쪼개야만 해. 어때? 마음에 들어?

봉 : 이건 아냐! 내가 이럴 수…

썰 : 당연하지. 너는 지금까지 흑백논리로 말하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잖아. 자 어떡할 거야? 사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저 한명… 아니 ‘반’명 뿐인데.

봉 : 흑흑, 그렇다면 흑백논리의 멸종을 위해 이 한 몸 장렬히 전사하겠어. 나의 죽음을, 아니 흑백논리의 죽음을 알려줘!

썰 : 오냐. 어? 여자친구가 불러. 얼른 가봐~ 근데 너 스타크래프트 언제 했냐?

봉 : 어제. 왜?

썰 : 나 같으면 반으로 쪼개도 얼굴 안 쪼개지고 멀쩡한 저글링이랑 사귀겠다.

봉 : ㅠ.ㅠ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