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정은정 사무국장을 만나

일 극우단체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아래 새역모)에서 제작한 역사교과서 검정결과가 오는 5일 발표된다. 새역모 교과서는 집권 자민당과 검정 책임기관인 문부과학성의 지지 속에 별도 수정없이 통과될 전망이다. 이에 역사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아래 교육연대)의 정은정 사무국장을 만나 새역모 교과서가 가져올 파장과 향후 대응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편집자 풀이 -

▲ © 김혜진 기자

△새역모 교과서는 어떻게 출현하게 되었나?

일본은 태평양전쟁 패전, 식민지 지배와 같은 자국의 침략행위가 국가에 대한 학생들의 자부심을 기르는데 부정적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이러한 점을 극복하고 ‘일본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역사왜곡이 시작된 것이다. 특히 90년대 초 경기가 침체되면서 일본은 우경화로 점차 치달았고 역사교과서 왜곡 현상은 두드러지게 되었다.

일본은 역사교과서에서 명백한 침략전쟁을 정당화하고 특공대를 미화하는 등의 왜곡행위를 통해 영웅심리를 조장하고 전쟁을 영광스럽게 여기게 하고 있다. 이러한 교과서 왜곡은 일본의 군국주의 실현을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나타난 것이다.

△새역모 교과서 검정이 통과되면 발생하는 문제는 무엇인가?

새역모 교과서는 8종 중등교과서 중 1종으로 해당학교에서 새역모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역사왜곡을 주도하는 새역모 교과서는 나머지 7종 역사교과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금도 우익적으로 서술되고 있는 7종 교과서마저 역사왜곡이 심해져 우경화 수위가 더욱 높아질 우려가 있다.

게다가 이러한 교과서를 통해 학생들은 ‘진실’이 아닌 역사를 배우게 된다. ‘침략할 의지가 없었던 일본, 한국을 위한 합병’이라는 논리는 학생들에게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뿐만 아니라 일본과 역사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한국, 중국과의 마찰을 일으킴으로써 동북아 평화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렇다면 교육연대는 역사교과서 왜곡에 관련된 활동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우리 교육연대는 역사교과서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어나가는 방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01판 새역모 교과서가 발간됐을 때 일본 시민단체와 함께 불채택운동을 벌여 채택률 0.039%라는 성과를 얻었다.

무엇보다 역사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관련 국가들의 공통적인 역사인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매년 ‘한·중·일 역사인식과 동아시아 포럼대회’, ‘한·중·일 청소년 역사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한·중·일 공동역사부교재 개발사업을 진행하여 오는 5월 출간을 앞두고 있다.

△일본에서는 역사교과서 왜곡에 관한 항의가 내정간섭이라고 비난하던데?

역사교과서는 일본 내부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이 역사교과서를 통해 주변국의 피해와 고통을 무시하고 있기에, 교과서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수밖에 없다.

역사교과서 왜곡은 단순한 교과서의 문제를 넘어 일본의 우경화와 군국주의화의 결과물로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소리없는 전쟁의 씨앗이다. 따라서 역사교과서 왜곡에 항의하는 것은 소리없는 전쟁을 막고 동북아의 평화로운 미래를 건설하기 위한 것이다.

△역사교과서 왜곡 저지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많은 시민단체가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맞서 항의시위를 하고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감정적 대응은 이 문제를 푸는데 적절하지 못하다. 진실은 결국 승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문제의 본질을 많은 사람들에게 명확하게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한,일 문화교류를 더욱 공고히 하여 역사왜곡 문제를 일본에서 공론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일본의 양심있는 시민들을 많이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들도 일본 관련 학회에 참여하거나 민간교류 등의 기회가 있다면, 뚜렷한 역사관에 근거해 왜곡된 부분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이해시킬 수 있는 능력을 길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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