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정부의 코로나19 방역대책은 오미크론 대유행을 풍토병으로 평가하고, 시민들이 일상을 회복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같은 맥락으로 대학본부도 전면적인 대면수업과 함께 교육 관련 행사나 활동에 필요한 행정과 시설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코로나19 비상대책본부대학일상회복지원본부로 변경한 것을 보면 대학의 현재 대응 방향을 알 수 있다.

지난 2년간 대학의 교육활동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방편의 연속이었다. 대면수업은 원격수업으로 전환되었다. 초기에는 동영상 콘텐츠나 음성자료, 읽기 자료 등을 탑재하여 교수가 학습을 안내하는 방식이 많았다. 소통이 부재하다는 비판에 따라, 교수-학생 간 화상수업을 통해 실시간으로 토론과 소통이 이루어지는 원격교육 방식이 강조되기도 했다. 교수학습센터도 효과적인 원격수업을 위해 다양한 교수워크숍을 제공했다. 원격수업이 의무화 되자 온라인 매체를 활용하는 방법과 기술 위주의 워크숍이 주로 진행되었다. 그 이후, 원격수업에서 질 높은 강의와 학생참여를 바탕으로 한 대화와 토론, 실험 및 실습, 효과적인 집단탐구 활동 등을 주제로 한 워크숍이 열렸다.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되거나 취소되었던 입학식, 졸업식, 대학축제 등의 행사와 학생회와 동아리가 주관하는 활동들도 온라인 회의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2021년에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가상공간 속에서 축제와 예술제가 열리기도 했다.

어느 단과대학 교학소통위원회에서 오프라인 경험이 없는 선배가 신입생들을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한다. 상당수의 대학생들이 원격수업과 비대면 행사 중심으로 대학생활을 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들은 대면수업의 전면 시행과 일상생활의 회복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원격수업과 비대면 활동 위주로 생활해 온 신입생과 1, 2학년 학생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대학의 수업과 일상(日常)은 코로나19 이전을 경험한 학생들과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코로나 이전의 대학생활을 경험한 학생과 교수, 교직원 또한 지난 2년간의 생활로 인해 생각이 변경되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지금은 수업방식의 전환에 대한 평가보다 대학수업의 정체성을 곰곰이 생각해야 할 때다.

대학에서 교육과 연구는 하나의 틀로 보아야 한다. 훌륭한 연구자는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새로운 안목과 영감을 줄 수 있다. 학생들의 새로운 생각과 교수의 연구 연륜을 통해 서로 배우고 자극이 될 때 새로운 지식이 형성되고 학습된다. 그래서 우수한 연구자를 확보하는 것이 대학교육의 사명을 이행하는데 가장 필수적인 조건이다. 수업이라는 공식적 교육과정 외에도 잠재적 교육과정은 대학의 교수-학습문화를 통해 인재상 구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정체성이 모호하면 외부 영향에 취약하다는 말이 있다. 정부의 대학지원 사업의 성격과 평가방식에 따라 대학교육의 목적과 역할이 바뀌거나 획일적인 특성화로 이어지는 것을 자주 보아왔다. 현재의 대학교육은 외부 환경 변화와 요청으로 대학구성원들이 내린 의사결정이 축적되어 나타난 결과이다. 전면적인 대면수업과 일상생활의 회복이라는 신학기의 방침도 대학교육의 철학과 목표에 관해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신념체계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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