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되며 학생사회는 약 3개월가량의 컨트롤타워 부재를 겪었다. 총학생회를 대체할 비상대책위원회마저 수립되지 않은 해당 기간 동안 일부 중앙운영위원회 위원들은 교학소통위원회 등록금심의위원회 등 한 해 학생사회 운영을 좌우할 수 있는 주요 과제를 도맡아 해결해야 했다. 당장 최근 진행된 총학생회 재보궐 선거만 봐도 총학생회장이 없어 일반 단과대 회장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선거 진행을 총괄하는 등 학생사회 도처에서 총학생회의 공백을 느낄 수 있었다.

다행히 이번 재보궐 선거엔 REBOOT<다시>, 두 선거운동본부가 출마하며 자칫 총학생회 공백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어느 정도 씻을 수 있었다. 특히 2017년 제50대 총학생회 선거 이후 4년 만에 경선으로 치러진 선거였기에 그 어느 때보다 각 선본의 자질 및 공약을 검증하는 과정이 중요했다. 지난달 21일 진행된 공청회에서 기호 1REBOOT의 조남철 전 정후보는 작년 8월부터 총학생회를 위해 준비했다며 스스로가 준비된 총학생회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기호 2<다시>의 이우형 전 정후보 역시 학우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많이 들었다는 점을 피력했다. 이날 두 선본은 창업 문화기획 시설학업 복지 자치소통 인권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치열하게 의견을 개진했다.

그러나 정작 이들에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학우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선거 첫 날이었던 지난달 2911.8%의 투표율을 기록하며 투표 첫 날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30일 역시 23.22%의 저조한 투표율을 보이며 개표 성사에 대한 위기감이 조성되더니, 결국 당초 예정됐던 투표 마감 시한인 3118시까지 개표 가능 투표율인 50%를 넘기지 못하며 투표가 하루 연장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급기야 투표 연장 이후에도 투표 마감을 한 시간 앞둔 시점까지 50% 도달에 실패하며 개표 무산이 가시화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물론 이날 제54대 총학생회에 REBOOT선본이 당선되며 또 한 번의 총학생회 공백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그러나 최종 투표율 ‘50.21%’는 학생자치에 대한 학우들의 무관심 및 불신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REBOOT역시 지난 5일 발표한 취임사를 통해 학생자치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총학생회의 책임이 큰 것이 사실이라며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학생자치 활성화를 온전히 총학생회의 몫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김성용 부총학생회장도 공청회에서 정례브리핑 및 정책 포럼 활성화 방안을 묻는 질문에 총학생회에서 참여 독려나 홍보는 할 수 있지만, 결국 학생자치는 학우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답한 바 있다.

REBOOT가 진정으로 준비된 총학생회, 신뢰받는 총학생회가 되기 위해선 준비한 공약을 최대한 이행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에서 더 나아가 학우들에게 유의미한 결과로 보답해야 한다. 또한 최근 불거진 기숙사 시설 관리 문제나 전임교원 충원 문제와 같이 학우들이 피부로 느끼고 공감하는 학내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한다. 자칫 완전히 꺼질 뻔한 학생사회의 전원이 다시 켜진 만큼, 시스템 종료가 반복되는 학생사회가 되지 않도록 REBOOT에서 솔선수범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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