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내 장애인권 찾기 문화제 현장 스케치

5월이면, 장한벌은 언제나 축제를 맞이한다. 주점을 여는 학우들, 동아리 행사를 준비하는 학우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어느새 장한벌은 축제판으로 변하고 있다. 주점과 호숫가에 띄어놓은 배, 여러 놀이 등 익숙한 풍경으로 장한벌이 꾸며지는 가운데 독특한 공연 하나가 눈길을 끈다.

▲이은구(상경대ㆍ경제4)군이 발언하고 있다 © 김봉현 기자

그것은 바로 장애인권동아리 가날지기에서 준비한 문화제이다. 발언과 퍼포먼스, 문선 등으로 구성된 이 문화제는 평범한 행사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문화제가 눈길을 끈 건, 늘 볼 수 있는 문화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장애인권동아리 가날지기는 지난 3년간 축제 때 제대로 공연한번 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 가날지기를 이끌어갈 주체인 동아리 회원의 부족이 가장 큰 문제였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신입생과 04학번 친구들이 가날지기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03년부터 가날지기를 지켜온 윤보람(정치대ㆍ행정3) 회장은 “올해 입학한 장애학우에게 일일이 연락하여 2명의 회원을 모집하게 되었다”고 한다. 비록 적은 인원이지만, 이들은 뜻을 모아서 드디어 축제 때 공연을 기획하고 무대에 서게 되었다. 가날지기 회원들이 직접 연기한 퍼포먼스에서는 장애인 관련 문제들을 고발했다.

휠체어를 탄 장애학우가 계단 앞에서 고민에 찬 표정을 지었고, 남ㆍ여 공용인 장애인용 화장실에서 여학우와 남학우가 마주치는 모습 등이 묘사됐다. 비가 오는 중에도 멋진 연기를 펼친 가날지기 회원들은 “공연을 통해 이 문제를 알리는 기회가 되어 나름대로 성공했다”고 평한다.

▲문선 공연 중 © 김봉현 기자
그렇다고 퍼포먼스를 통해 학내 이동권과 복지권 등 장애인 관련 문제들을 다 표현한 것은 아니다. 장애학우의 특수성이 배려되지 않은 성적평가 방식, 장애학우의 특정단과대 입학거부 등 더 본질적인 것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또한, 시설적인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비장애인의 인식 문제이다. 이날 공연에서 가날지기는 ‘총장에게 엽서쓰기’라는 행사를 통해 장애인 관련 문제에 대한 생각을 담았다. 대다수의 학우들은 장애인 관련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심각성을 느끼고 있고 그 해결도 시급하다고 공감하는 편이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세밀하게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안진영(법과대ㆍ법2)양은 지적한다. “공연진행을 위해 무대를 설치해 달라고 부탁했더니 경사로가 없는 무대가 설치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장애학우들이 서는 무대임에도 불구하고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고 좌절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모으지 못했지만, 당당한 권리를 찾기 위한 이번 공연에서 장애인 관련 문제 자체를 학내에 알릴 수 있었다”는 윤보람양의 말처럼, 이번 공연은 시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총장에게 전달할 엽서들 © 김봉현 기자

앞으로 가날지기는 축제 때 모은 엽서들을 총장에게 전달하는 등 장애인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과연 가날지기와 학우들이 뜻을 모든 엽서들이 장애인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떠한 역할을 할지 그 귀추를 주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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