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너의 시간은 어떻게 흐르니

 

내 시간은 시계와 같아 숨막히게 정교한 태엽부품 하나하나가 작은 톱니바퀴들을 맞물리며 거대한 시침을 돌게 해

그 거대한 금속 틈 사이로 분홍빛 설렘을 풍기고 나는 그 향기의 째깍임에 맞춰 눈꺼풀을 깜빡이지

내 지구는 네 설렘의 시침을 축으로 돌아

 

그래서 나는 매일 펜을 들어 그 역사를 기록해

그건 일종의 사명감이지

그 아름다움이 종이에 기록되어 유물이 되고 언젠가 역사의 일부가 되어 미래를 정의할 수 있도록

 

하지만 동시에 그건 오만함이지

아름다운 것들은 기록되지 못해

불빛과 꽃향기와 밤과 만년필의 사각거림은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틀이 되지 못해

찰랑이던 아름다움은 종이에 닿는 순간 그 유연성을 잃고 굳어가고

이내 부드러움은 증발하고 쓰디쓴 금속의 딱딱한 결정체만 남겠지

 

그럼에도 나는 끊임없이 흔적을 남겨 종이를 태워

그 작고 화려하던 태엽의 끝이 녹슬어 자전이 멈춰버릴 언젠가를 위해

끝이 닳아버린 톱니바퀴가 더 이상 설렘을 내뿜지 못하게 될 그 때를 위해

 

시간이 흘러 멈춰버린 시간의 단면을 응시할 수 있을 때가 오고

그 째깍째깍 소리를 내던 분홍의 흔적들이 그리워지면

나는 종이 위 결정조각 하나를 입에 넣고 그 비릿함을 음미할래

 

한때 나의 지구를 삼켜 흔들던 그 거대했던 지진의 진원을 생각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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