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시인
박성현 시인

무슨 일인지 올해 건대신문 문화상 시부문에 응모한 작품 대부분은 고립쓸쓸함’, ‘망설임에 집중되고 있다. 팬데믹이 지나고 사회가 빗장을 푼 지 한참 지났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불안 때문이며 갈수록 분명해지는 자본주의 물신의 비인간적인 폭력과 위악(僞惡)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3년을 단절 속에서 살아온 만큼이나 이 사태를 극복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열망은 자못 크다.

필자에게 건너온 작품들은 모두 이러한 사태를 정확하게 포착하고 또한 극복하려는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척 흥미로웠다. 아울러 고립이 초래한 자기 자신에 대한 응시와 이를 솔직하고 섬세하게 풀어내려는 언어 감각이 신선하고 다채롭기까지 했다. 비록 자의식의 과잉으로 감정을 제어하지 못한 문장도 눈에 보였지만, 이조차 성숙을 위한 필연적인 조건일 것.

응모 작품을 모두 숙고한 끝에 6개의 작품을 최종심에 올렸다.

바다를 영원한 동경의 꽃헤테로토피아로 설정하고 그곳에 돌아가려는 욕망을 그린 바다에는 오직 바다만이 남았다, 일상의 소소한 물결들을 명민하게 포착하고 이를 섬세하게 묘사한 흠잡을 수 없는 이런 날이면, “완전히 희게 처음부터.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야.”라는 문장처럼 순백의 ’()로 회귀하려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표상한 백화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들은 자기 자신을 충분히 제어하지 못한 채 쏟아내기만 한 단점도 눈에 띄었다. 시의 언어는 무엇보다 정제라는 필터를 거처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문장이라도 펄펄 끓는 용광로에서는 그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없다. 시를 쓸 때는 뇌와 가슴을 차갑게 식혀야 한다.

한편, 희생자는 과잉의 흔적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충분히 상쇄할 직관의 힘이 강렬하게 느껴졌다. 특히 수만 개의 아름다운 문장이 품속에서 빛을 발하는, 우리가 고대했던 순간이 아닌가라는 문장은, 희생을 일종의 제의적 죽음을 넘어선 고귀한 자기 완성으로 고양시켰다는 점에서 진리의 선언으로도 읽혔다. 다만, 불필요한 문장이 작품의 색을 흐리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서울 풍경핀다 버스가 / 지나간 자리에 도로가 / 누운 자리에 서울이 / 흔들리며라는 문장에 암시된 것처럼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의 한 구석에 버려진 상자와 같은, 자신의 모습에 대한 연민이 드러나 있다. 연민은 학생들이 느끼는 인간에 대한 갈망과 맞물리면서 고립과 망설임에 대한 일종의 대안으로도 읽혔다. 그러나 문장이 매끄러움을 넘어서서 상당히 익숙했다. 시는 익숙함을 넘어서서 낯설고 생경한 사태로까지 가야 한다. 그 길에 이르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비워야 한다.

필자는 고심 끝에 흔적 당선작으로 정했다. 이 작품은 에게 건네는 고백의 말로 이뤄져 있다.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를 사용해서 자칫 무거울 수 있는 타자와의 관계 정립을 유연하게 풀어내고 있다. 특이하게도 그 출발은 시계라는 구체(具體). “내 시간은 시계와 같아 숨막히게 정교한 태엽부품 하나하나가 작은 톱니바퀴들을 맞물리며 거대한 시침을 돌게 해 / 그 거대한 금속 틈 사이로 분홍빛 설렘을 풍기고 나는 그 향기의 째깍임에 맞춰 눈꺼풀을 깜빡이지라는 문장처럼 자신을 정확히 판단한다. 그리고 그는 끊임없이 기록한다. 마치 쓰는 일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이러한 적극적인 태도가 필자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당선자에게는 멈춰 서 있지 말라는 충고를, 다른 학생들에게는 격려와 위로의 말을 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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