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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속의 한국, 어디로 가야 하는가WTO 회의 대비 사전 물밑 작업, 타국과의 사전 연대 등 철저한 준비 필요
홍미진 기자 | 승인 2003.09.22 00:00

지난 14일, 제5차 WTO각료회의가 선언문을 발표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5차 각료 회의의 결렬로 우리나라는 WTO 협상을 준비할 시간을 조금이나마 더 번 셈이지만, 이후 각 국가와의 개별협상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본사 사회부에서는 한국사회를 비롯해 전 세계의 경제, 정치를 흔드는 신자유주의의 핵심인 WTO에 대해 알아보고자 시리즈를 기획했다. 이번 1133호에서는 각료회의가 무산된 가운데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과 과제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1134호에서는 우리의 식량주권이 달린 농업개방에 대해, 1135호에서는 대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교육개방에 대해 알아볼 계획이다.                       - 편집자 풀이 -

■WTO, 어디까지 왔나

WTO는 농업, 서비스업, 지적 재산권 등 다양한 부문에서 회원국간의 관세를 낮추고 자국에서처럼 교역을 할 수 있게 하는 협정이다. 따라서 경쟁력이 있는 부문은 거대한 소비시장을 확보함으로써 크게 성장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경쟁력이 없는 부문은 상대할 수 없을 정도의 경쟁력을 갖춘 수입물들로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경쟁력 없는 산업 부문에 종사하는 이들의 생존권을 한꺼번에 위협할 수 있어, 각계 각층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오랫동안 반대해 왔다.

한편 뉴라운드는 우르과이라운드보다 무역의 장벽을 더욱 낮추자는 것으로, 2001년 도하 각료회의에서 출범했다. WTO 회원국들은 2005년에 뉴라운드를 시행할 수 있도록 5차례에 걸친 각료회의를 개최했다. 올해 초, 각 국은 앞으로 어느 부문을 얼마만큼 개방할 것인지 양허안을 제출했으며, 이를 토대로 5차 회의에서 다자간 무역의 틀을 완성할 계획이었다.

즉, 개별 무역의 바탕을 이루는 기본적인 틀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5차 각료회의가 결렬되면서 다자간 무역 협정의 틀을 확정하지 못했다. WTO는 하반기에 제네바에서 특별각료회의를 개최해 협상을 마무리지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5차 협상 결렬, 그 내면은 무엇인가.

이번 회담은 아프리카와 카리브해·태평양 연안국 등 개발도상국들이 ‘싱가포르 이슈’에 적극 반대하면서 결렬됐다. 싱가포르 이슈는 투자, 경쟁정책, 무역 원활화, 정부조달 투명성을 핵심으로 하는 사안으로서 지난 96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각료회의에서 제기된 내용이다. ‘단기성 투기 자본도 투자로 규정’하고 ‘투자 설립 전 단계에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며 ‘투자 행위에 대한 의무를 부과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들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이런 조치는 완화를 통해 외국자본을 끌어모으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초국적 자본이 한 나라의 경제를 쉽게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단체들이 반대해온 사안이기도 하다.

때문에 경제규모가 작은 나라는 이 거대 자본을 감당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힘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WTO에서 약소국이 자국의 이익을 관철시키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아프리카 등의 개도국들은 서로 연대해 싱가포르 이슈에 반대, WTO협상을 결렬시켜 당분간이나마 큰불을 끄는 성과를 얻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한편 우리나라는 농업개방을 최대한 막으면서 공산품 부문은 수출 영역을 넓혀야 하는 입장이다. 여기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농업부문인데, 우리 정부는 ‘개도국 시장 개방을 최대한 점진적으로 하도록 한 후, 우리 스스로가 개도국 지위를 얻는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을 가지고 WTO 협상에 임했다. 그러나 미국과 UN이 내놓은 WTO 선언문 초안은 개도국 농업개방을 선진국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은 OECD국가들 중 세계무역교역량 11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개도국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는 국제적 시선이 지배적이라고 한다. 결국 우리의 계획대로 개도국 시장 개방을 점진적으로 하게 만드는데 성공한다 하더라도, 우리가 개도국의 지위를 얻지 못하면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와 같은 입장에 있는 나라들과의 물밑작업과 연대를 도모하고 철저한 준비작업으로 대처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홍미진 기자  h-logall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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