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사안 접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 주는 토론”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금요일 저녁 8시 반. ‘토론방송을 통한 대학생의 지적교양 함양’이라는 취재 목적 아래 본 기자는 동행기자 3명과 함께 여의도로 향했다. 약간의 기대감과 설렘을 지니고 도착한 방송국.

로비에서 2장의 방문확인서를 작성하고 신분증 제출 후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열댓 명 남짓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벤치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과연 어떤 이유로 토론방송에 직접 참가하게 됐을까? 문득 든 개인적인 궁금증 해결과 취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요리조리 눈치를 보다 몇 분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아는 분의 소개로 토론방송에 참가했다는 주진식(한세대ㆍ사회복지2)군은 이미 여러 번 토론방송에 참가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직접 참가를 통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나 할까요?” 그는 참가의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방송 매체로부터 일방적으로 받는 입장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하는 시원함을 느낀다고나 할까.

한편 홍성우(30)씨는 대학생의 토론 문화가 부족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중·고등학교 때 토론 문화라는 것이 거의 없다시피 했기 때문에 대학에 와서도 문화가 정착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평했다. 그는 대학생에게 중요한 가치관이나 자신의 생각을 정립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토론임을 강조했다.

▲ © 김혜진 기자

10시 45분. 드디어 방청객의 스튜디오 입장이 시작됐다. 약 30명의 사람들은 스튜디오 안에서 작가의 간단한 설명과 주의할 점을 듣고 자리를 배정 받았다. 기자의 옆자리에 앉은 송민규(28)씨는 인터넷으로 참가를 신청해서 왔단다. 그는 홍세화씨의 책을 예로 들며 타인과 대화하는 법을 배우는 토론을 통해 대학생의 지적 소양을 기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잠시 후 진행자를 비롯하여 국회의원과 대학교수 등의 토론자들이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와 각자의 자리에 앉았다. 서로 간단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간간히 농담도 하면서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스태프가 마이크를 하나하나 확인하고 출연자들은 간단한 분장도 받으면서 방송의 시작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11시 34분, 드디어 방송 1분전을 알리는 작가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곧이어 방송이 시작되었다. 이번 토론 주제는 ‘대통령의 연정 발언을 어떻게 봐야 하는 것인가’였다. 각 토론자들은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열변을 토하기도 했고 때로는 상대방의 주장에 어느 정도 수긍하기도 했다. 또 상대방의 주장을 바로 반박하며 열띤 논쟁을 벌였는가 하면, 상대방의 날카로운 비판을 애써 웃음으로 넘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번 주제에 대한 본인의 생각과 입장을 상대방과 시청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설득하려는 기본자세는 잃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서도 진행자는 토론의 방향성을 잡아나가고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 입장을 정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물론 방청객과 시청자들의 참여도 있었다. 자신의 생각을 당당히 이야기하면서, 단순히 토론을 보기만 하는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참가했다.

짧고도 긴 방송이 끝나고 스튜디오를 나오는 길목에서 심야토론의 진행자인 정관용씨를 잠시 만날 수 있었다. 정관용씨는 “대학생들에게 토론방송은 사회의 다양한 시각과 입장을 비교적 짧은 시간동안 종합적이고 요약적으로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짧은 한 마디를 남긴 채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토익 공부와 아르바이트 그리고 여행으로 대변되는 요즘 대학생의 여름방학. 여기에 사회적으로 새로운 사안을 접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지는 양념을 첨가하면 더욱 더 맛있는 방학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오늘 기자들이 참가한 토론방송도 이 양념의 한 가지인 셈이다. 눈을 좀 더 옆으로 돌려보면 얼마든지 방학을 맛있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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