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철 노동자의 일상 엿보기

▲ © 김봉현 기자

지난 8일 낮,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50대 남자가 열차에 뛰어들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로 지하철은 지연되었고 시민들은 많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이와 같이 부득이하게 사고가 발생하면 시민들의 불평은 승무원에게 쏟아진다.

하지만, 승무원의 고충은 비단 이것뿐만이 아니다. 시민들의 안전을 혼자서 책임져야 한다는 중압감과 잦은 사상사고로 인한 정신적 불안, 그리고 불규칙한 생활 등이 승무원들을 억누르고 있다. 기자는 4호선 최충열 기관사가 운행하는 열차에 몸을 싣고 그들의 고충을 들어보았다.

아침 9시, 4호선 종착역인 당고개역의 승무원 대기실은 무척이나 분주했다. 몇 명의 기관사들은 운행을 마치고 돌아와 쉬고, 몇 명은 운행 준비를 하느라 돌아다니는 것이다. 수백 수천 명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부담감 때문 이었을까? 운행을 마치고 온 기관사들은 많이 피곤해 하고, 운행 준비를 하는 기관사들의 눈빛은 비장해 보였다.

동승하게 된 열차는 09:17분 당고개발 사당행 4061호 열차였다. 200M나 되는 열차는, 기관사가 마스터키(자동차의 키와 같은 것)를 운전석에 꼽자 계기판에 불이 들어왔고 자동적으로 운행준비가 됐다. 지하 선로는 예상과 달리 열차 앞의 전조등과 선로 위에 달린 형광등 덕에 그리 어둡지 않았다.

하지만 약 10M간격으로 달린 형광등은, 밝아졌다 어두워 졌다 하는 것이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몰고 왔다. 동승한 경력 12년의 최충열 기관사는 “형광등이 듬성듬성 있어 눈도 침침해지고 심리적으로 불안해진다”고 털어놨다. 또한 도로변에 있는 환기시설을 통해 들어오는 공기로 인해, 기관지도 많이 나빠진다고 덧붙였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교번제라 불리는 근무제도로 승무원들의 생체리듬은 엉망이었다. 아침에 운행이 있는 경우 새벽 4시에 기상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일주일 중 한 번 있는 야근 때문에 저녁에 나갔다가 오전에 들어온다고 한다.

그래서 휴일에는 깨져버린 생체리듬 복구에도 힘이 들고, 위장병이나 변비 등의 질환이 걸리기 십상이라고 한다. 최 기관사는 “계속 이렇다가는 몸이 망가질 것 같아 몇 년 전부터 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한 “휴일이 주말과 겹치는 경우가 2달에 한 번 꼴이다”며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없어 아쉬울 따름이다”고 토로했다. 최 기관사는 운행 내내, 계기판을 손으로 지적하며 현재 열차의 상태들을 입으로 말하며 운행을 해 나갔다. 최 기관사는 “이 행동은 눈과 입 그리고 손으로 3중으로 확인하는 절차다”라고 설명하며 “자칫 잘못하면 큰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스스로 긴장을 풀지 않기 위해 계속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열차 운행 내내 계속되는 일련의 긴장된 행동들은 기관사들에게 심리적으로 큰 부담감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사당에서 당고개로 돌아오니 약 2시간이 지나 있었다. 승무시간은 비록 끝났지만 쉴 새도 없이 최 기관사는 다른 기관사와 교대를 한 뒤 다음 운행을 위한 준비를 하러 갔다.

다음 운행을 하기 위해 쉬는 시간이었지만 빈틈없이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열악한 근무 환경인 탓이다. 최 기관사는 헤어지는 기자에게 “아침에는 승객들도 많고 역마다 환경이 달라 정확한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며 “하지만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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