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자괴감을 느낄 때는 강사라는 직업이 부각될 때이다. 강사는 전임교수가 되기 위하여 삶의 전반적 목표를 학문에 두고 열심히 공부에 매진해 온 학자들이 대부분이다. 대학에는 같은 학문의 길을 가지만, 전임교수로 진입한 사람들과 전임교수의 길을 얻지 못하고 이른바 시간강사로서 강의를 하며 전임의 길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아래는 후자의 사람들의 입장에서 그들이 느끼는 정서와 대학에서의 차별 등에 관하여 이야기함으로써 조금이라도 나은 개선책이 대안으로 제시되기를 바라는 글이다.

오늘날 한국의 현실에서 대학의 전임교수로 진입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교수는 신이 만든다’는 말까지 회자된다. 그렇다면 대학전임으로 먼저 진입한 사람들과 아직 전임의 자리에 진입하지 못한 사람들의 자질과 능력을 비교하여 생각해 볼 때, 그 차이는 어떠할까.

학문적 성숙도를 떠나 기존 전임교수집단에 아부하기 위하여 명절 때마다 선물보따리를 싸들고 다니는 것이 인간성 좋은 사람으로 평가되어 학위유무와 관계없이 전공과목의 강의자리를 먼저 따내고 전임자리에 먼저 진입하는 사례들이 빈번히 일어나는 현실에서, 전임교수와 시간강사 사이에 자질과 능력의 차이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전임교수와 시간강사, 양자에 대한 학교측의 대우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강의에 따르는 강사료를 비교해 보면 전임교수의 경우 시수당 8만원-12만원정도로 계산된다. 반면 시간강사는 2만원-3만원 정도가 고작이다. 연구실이 제공되고 조교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전임교수에 비하여 시간강사는 조교의 눈치도 보아야 하고 마땅한 연구석 하나 마련되지 않는다.

그뿐인가, 유독 건국대학은 방학 중에 도서관조차 강사들에게 차별을 가하고 있다. 도서 대출도 되지 않는 것이다. 방학이라 하더라도 쉴 수만은 없으며 끊임없이 새로운 학문을 익혀야만 양질의 교육을 할 수 있는 선생의 입장에서 참 기막힌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지방 C대에 출강하는 동료 강사는 자신의 이름으로 도서신청도 하였고 그것이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음에 뿌듯하였다고 자랑삼아 이야기한다. 이것이 자랑이 되고 상대적으로 그것을 부러워해야 하는 입장이니 참 부끄럽다.

서울의 몇 개 대학의 학과들 가운데는 학과 전공과목의 강의는 타대학 전임교수에게만 시간강의를 열어두고 친한 교수들끼리 나눠먹기식 강의를 하기도 한다. 우수한 시간강사를 초빙하거나 새로운 진입을 하고자 하는 시간강사에게는 전공과목에 대한 강의 기회를 막아놓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의 학교에서 강의하여야 하는 책임시수에 대해서는 강의시수가 너무 많다는 불평을 하면서도 타대학에 출강하여 특급 강사로서 짭짤한 수입을 독점하는 것이다. 이러한 독점은 공정거래에 위반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전반적인 연구용역에 대한 응모자격도 기존 전임교수 위주이고 시간강사가 독자적으로 연구용역에 응모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여건이다. 대학은 각종 연구소를 두고 있는데 때로 그 가운데는 박사학위 취득자들로서 아직 전임으로 진입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력서 한 칸을 채우는데 보탬이 되라는 취지로 그들을 연구원으로 등록하여 구성하기도 한다.

각 연구소의 예산이 배정되고 연구소별로 연구논집 등이 발간되는데 전임교수들 위주로 연구발표회를 갖고 발표자와 토론자로 참석한 전임교수들이 예산의 대부분을 자신들의 사례비로 나눠 갖는다. 그리고 연구논집 발간시에 등록된 연구원이 논문을 게재하기 위해서는 심사비다 게재비다라고 하여 일정액을 받아 이를 기반으로 연구논집을 발간한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시간강사에 대한 대우는 각 대학별로 차이를 보인다. 유수한 대학이 시간당 강사료를 4만-5만원 정도로 대우하고 그 외의 대학은 2만-4만원 사이의 대우이다. 건국대학교의 경우는 ‘그 외’ 가운데에서도 최악이다. 시간당 2만원대 강사료는 서울시내 대학 가운데 최저강사료에 속한다(충청권의 어느 지방대보다도 더 적으니 실소할 노릇이다. 그래도 제법 행세깨나 한다는 대학이 아닌가, 어깨를 쭉 펴고 프라이드를 가지려 하여도 대우 면에서 서울의 여타대학보다 낮으니 어찌 이것이 가능한가).

아무튼 이러한 현실은 동문출신 시간강사 외에는 우수하고 능력 있는 강사들이 건국대 출강을 외면하게 하고 나아가 전반적으로 양질의 교육을 받아야 할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주게끔 작용할 것이다. 강사들은 본교의 강의에 매진하기보다 다른 대학의 강의를 더 받기 위하여 두리번거리기 일쑤이다.

우리 대학 학생들은 학업에 대한 진지한 태도나 삶의 인식의 주체성 등의 면에서 서울의 어느 대학 학생들보다 결코 떨어지지 않으며 따라서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양질의 교육을 그들에게 제공하려면 건국대학의 강사료도 현실화하여야 할 것이다. 최소한 서울 시내 대학의 평균수준으로라도 인상하지 않으면 건국대의 미래는 밝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K대 K모 시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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