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가 강도면 FTA는 떼강도." 얼마 전 취재 차 갔던 민주노동당 당사에 붙어있던 포스터의 글귀다. 혹자는 이렇게 물으리라. "IMF랑 FTA가 무슨 상관이야. FTA 하면 쌀은 내주더라도 서비스 질은 좋아지는거 아냐?" 이런! 천만의 말씀.

IMF와 FTA의 유사성은 외국자본에 대한 규제 철폐, 공기업 민영화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곽수종 수석연구원은 이렇게 말한다. "IMF이후로 우리나라의 산업은 95% 개방되어 있다. 그런데 나머지 5%를 개방하는데 왜 이렇게 다들 난리냐, 그건 바로 그 5%가 심장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미국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은 100%, 즉 금융의료교육 등 전 산업분야에 걸친 전면 개방이다. 95%가 100%가 되면 미국의 기업가들은 우리나라 국민과 동일한 지위를 갖는다. 미국 투기자본이 국내 기업윤리를 어겨 정부가 문제를 제기하면, 결국 우리나라 정부는 미국법정에서 '피고'가 된다. 미국의 고가 보험회사들이 보험시장을 잠식하고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사라진다.

"양국이 협상을 해서 서로 문을 열었는데 왜 우리나라만 참패를 당해?" 그 이유는 뻔하다. 애초에 링 위에 체급이 다른 두 선수가 서 있기 때문이다. 개방화가 가속화될수록 강대국에게 유리하다는 주장은 각종 논문과 사례를 통해 정설이 되어 있다. 금융산업노동조합 조명희 국제국장은 "한-미 FTA는 제조업, 금융, 민간서비스 등의 전 분야에서 미국과는 게임이 안되는 불공평한 협정"이라며 통탄했다.

IMF의 잔재, 일명 '먹고튀기형 국부유출'이라고 불리는 론스타 사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미국에는 진로를 매각해 3조를 챙긴 골드만삭스같은 기업사냥꾼들이 득실거린다. '돌아온 FTA 저격수'라 불리는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도 말하지 않았는가. "한미 FTA는 IMF 10개가 한꺼번에 오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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