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CEO 총장' 바람이 불고 있다. 대학도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시대적 흐름에 편승해 이 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탄탄한 경영마인드로 무장하고 대학발전기금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 바람을 일으키며 뛰어다니는 CEO 총장.

게다가 이들은 대학 내 경쟁체제 도입, 구조조정, 학과 통폐합, 과감한 투자, 활발한 대외활동 등 실제 기업가를 방불케 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의 모습에서 대학의 '총장'이라는 단어가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 특성화와 세계화를 향한 몸부림을 칠수록, 이들 CEO 총장의 역할은 점차 중요시되고 있다. 고려대, 서강대, 숙명여

▲교육자?학교?, CEO? 기업? ©
대, 숭실대, 연세대(가나다 순) 등은 현재 CEO 총장이 활동의 폭을 넓혀가고 있는 대표적인 대학들이다.

이러한 CEO 총장의 활동은 대외적으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서강대 우재철 홍보실장은 "학내 구성원들이 대학의 변화와 발전하는 모습에 기대가 크다"며 "현 총장이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상당한 액수의 발전기금이 기탁되고 학교에 경영마인드가 뿌리 내리며 경쟁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강대는 기업의 목표관리(MBO) 기법을 도입해 각 단과대 별로 목표를 세워서 가장 우수한 성과를 내는 단과대에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이 건강한 발전을 이루는 데에 이러한 '교육경영'의 논리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쟁력 있고 세계적인 대학을 만들겠다는 포부도 좋지만, 실제 학생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는 교육환경 개선이 최우선 과제라는 것이다.

서강대 총학생회 이승은 집행위원장은 "학생들이 느끼기에는 총장님이 바뀌기 전과 달라진 점은 크게 없는 것 같다"며 "총장님이 발로 많이 뛰시는 모습은 보이나 워낙 바쁘셔서 학생들과의 만남은 힘들다"고 말했다. 덧붙여 "학생들의 복지나 수업환경에 대해서 좀더 신경을 써주시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경쟁하듯 발전기금 모금에 열을 올리고 단기적인 관점에서 대학혁신을 추진하는 CEO 총장들의 활동은 대학교육의 본질적인 이념과 배치된다는 해석도 있다.
소위 '돈 되는' 학문에만 관심을 두기 때문에, 다양하고 건강한 학문을 통해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키워내는 교육자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고려대 총학생회 홍명교 정치사업국장은 "기업과 같이 학교를 운영해서 연구가 아닌 이윤으로 학문을 평가하는 부분이 있다"며 "이윤이 나지 않는 일부 학문은 대접을 받고 있지 못한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때문에 총장선출을 앞두고 있는 우리대학도 이러한 흐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학생대표로 총장후보자선출위원회에 참가하는 최건(공과대ㆍ산업공4) 부총학생회장은 "어떤 분이든지 간에 전체적인 발전을 이끌 수 있는 분이 우리대학 총장으로 선출돼야 한다"며 "총장이 CEO처럼 오로지 대학을 시장과 경쟁 논리에 의해 경영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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