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집을 나갔었던 두 명의 가출 청소년은 한밤 중 추운 날씨에 다리 한 가운데서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다. 아이들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은 두 아이의 어머니들은 MBC 취재 차량을 타고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간다. 갑작스런 연락에 놀란 어머니들은 차안에서도 정말 우리 아이가 맞을까 하는 생각이 조마조마해 한다. 실제로는 얼마 걸리지 않은 시간이었을 텐데도 어머니들에게는 그 차 속에서의 시간은 얼마나 길게 느껴졌을까.

드디어 도착. 그런데 어머니들이 내린 곳은 아이들이 있는 그 곳이 아닌 그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 왜 이곳에서 내렸을까 생각할 겨를도 없이 차에서 내린 어머니들은 아이들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아이들과 가까워질수록 감정이 격해진 어머니들은 울음을 터뜨리고 이를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장엄하게 흘러나오는 음악은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켜 TV를 보는 시청자들까지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지난 2일 방송된 MBC TV !느낌표 ‘하자하자’라는 코너의 장면이다. 사연을 적어보내면 가출 청소년들을 찾아 집으로 돌려보내는 내용의 코너라는 것은 다들 알고 있을 듯. 이 날도 두 명의 가출 청소년들이 어머니의 품에 안겨 반가움의, 서러움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필자 또한 그 감동적인 장면에 눈가가 젖어오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데 궁금증이 생긴다. 그들은 왜 그 추운 한 밤중에 긴 다리 한 가운데서 만나야 하는 걸까. 어머니들을 태운 취재 차량은 왜 아이들이 있는 바로 앞이 아닌 그 먼 곳에서 멈춘 것일까. 일부러 아이로부터 먼 곳에 어머니를 내리게 한 후 아이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슬로우 모션으로 처리하고 기다리는 아이의 모습과 교차시키면서 보는 이의 감정까지 격하게 만드는 방송 기법, 참으로 성공적이다. 게다가 화려하게 켜진 다리의 불빛들은 어머니와 딸의 재회 장면을 더욱 감동적(?)으로 만들기는 한다. 아마도 그 장면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그 분위기에 빨려 들었을 것이고 채널을 돌리다 그 장면을 보게 된 사람은 더 이상 다른 채널로 옮기지 못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이러한 억지 감동이 얼마나 오래 남을까. 가출한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을 이해하고자 한다는 프로그램의 취지는 단지 겉모습일 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더 울릴까, 어떻게 하면 더 감동적으로 만들어 시청률을 올릴까만을 고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 마저 든다.

방송도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상품이다. 어떻게든 많은 사람들이 방송을 보게 해서 시청률을 올리고 많은 광고를 따려는 방송사측의 노력, 이해는 하겠다. 그러나 간절하고도 절박한 사람의 감정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얄팍한 심리가 사람들에게 진정한 감동을 줄 수 있을지는 한 번 더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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