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구역법을 알아본다

지난 14일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아래 경제자유구역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제정된 이 법안은 지난 9월 입법 예고됐을 때부터 각 시민단체나 노동자들의 큰 반발을 사왔다. 경제자유구역에 유치될 예정인 외국인투자기업은 그 정의가 포괄적이어서 유치가 자유로우며, 국내 기업에 비해 자금 지원 등의 특혜가 많다. 또한 이 법안은 기존의 근로기준법과 상충되는 내용을 많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외국인 직접 투자는 장기적 자본을 확보하고, 첨단 기술이나 기법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법안은 큰 의의가 있다. 그러나 외국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동의 유연화는 없어서는 안되는 요소이다. ‘노동자들의 기본적 권리'와 ‘국가경제력'이 상충되는 두 마리 토끼 중 어느 것을 취할 것인가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무너지는 노동자 권리

경제자유구역법에는 기존의 노동자 관련법과 상충되는 조항이 많다. 무급휴일과 무급생리휴가, 장애인·고령자 고용의무 면제가 그것이다.

먼저, 경제자유구역법의 4장 ‘외국인투자기업의 경영활동 지원' 18조 4항에는 “자유구역에 입주하는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 제54조 및 제71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무급휴일 또는 무급생리휴가를 줄 수 있고, 동법 제71조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가 명시돼있다. 이렇게 주휴·생리 휴가를 무급화하는 것은 주 5일 근무제의 휴가를 유급으로 할 것인지, 무급으로 할 것인지에 관한 논의가 일고 있는 지금의 시점에서 큰 파장을 일으킬 여지가 있다. 이에 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아래 민변)'은 “OECD국가 중 최장의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 속에서 기존 유급휴가를 폐지하거나 무급화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제18조 1항은 “자유구역에 입주하는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해서 장애인 고용 촉진 및 직업 재활법 제24조, 고령자 고용촉진법 제12조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대학 가날지기 회장 김희규(정치대·정외3)군은 “장애인 고용 촉진법은 그 전부터 지켜지지도 않았다”라며 “이를 고칠 생각은 않고 이법을 적용하지 않도록 법제화하는 것은 설상가상이라고 밖에 할말이 없다”고 분개했다.

■경제자유구역, 특혜 너무하다

경제자유구역법 17조 1항에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하는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하여 조세특례제한법·관세법 및 지방세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세 및 지방세를 감면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뿐만 아니라 제16조에서는 법인세나 소득세 등 다른 조세 감면을 허가하고 있으며 제17조 4항에 따라 국·공유 재산의 임대료도 감면될 수 있다. 이 법이 적용되면, 외국인투자기업이 국내기업에 비해 많은 특혜를 받게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우리대학 장교식(법과대·행정법)교수는 “조세감면법안이 외국인 투자 기업에 과다한 특혜를 줄 수 있다”며 “대통령 시행령에서 조세감면 대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서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12조에는 산림청장의 허가없이는 나무 뿌리나 토양의 형질 등을 바꾸지 못한다는 산림법 14조 적용을 유보한다고 명시되어 있고, 국유림 안에서의 벌채를 승인하고 규정에 의한 입목벌채 등을 허가하고 있다. 때문에 각 시민단체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여기저기 경제자유구역

경제자유구역법 4조에 따르면 특별시장·광역시장 또는 도지사가 재정경제부장관에게 경제자유구역의 지정을 요청하거나, 재정경제부장관이 관계 시·도지사의 동의를 얻으면 재정경제부 주도하에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된다. 장교식 교수는 “주민의 의견을 수렴할 기구가 없다”고 지적하고“경제자유구역을 지정하는 1차적 인물인 시·도지사가 오류를 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공청회처럼 주민의 직접적인 의견을 청취할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경제자유구역법 26조에 의해서 경제자유구역위원회의 위원장은 재정경제부장관이 된다. 게다가 27조 1항에 따르면 재정경제부에 경제자유구역기획단이 포함된다. 때문에, 경제자유구역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예산이 경제자유구역에 과도하게 투자될 우려가 있다.

또, 경제자유구역법은 그 적용범위가 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법은 외국인투자기업에도 적용되는데, 외국인투자촉진법 2조 1항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기업은 ‘전체 주식의 10% 이상을 소유한 기업'을 가리키며 10% 미만일 지라도 ‘1년 이상의 기간동안 원자재 또는 제품을 납품하거나 구매하는 계약, 혹은 기술의 제공·도입 또는 공동연구개발계약을 맺은 기업' 전체를 가리킨다. 때문에 경제자유구역법으로 특혜를 받을 기업은 상당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 법으로 인해 문제점이 발생할 경우 그 피해범위 역시 클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자마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15개 시민단체와 연대하여 ‘반개혁적 경제특구법안 국회통과 반대' 기자회견을 가졌다. 또, 양대노총은 21일 오전 경제특구법 대통령거부권행사 요구를 청와대에 접수하였으며 오는 26일에는 ‘(가칭)노예특구·식민특구 경제자유구역법폐지를 위한 범국민대책위'가 발족할 예정이다. 이 대책위에는 한국노총, 민주노총을 비롯해 환경운동조합 등 90여개의 시민단체가 연대할 계획이다.

경제자유구역법 반대 투쟁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김태완(정치대·행정학2)군은 “경제자유구역법으로 피해를 받는 것은 대학 졸업 후, 바로 우리가 된다”라면서 “이를 반대하는 투쟁에 대학생들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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