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지씨가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에 나온 대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 설동명 기자

“<천하장사 마돈나>에 ‘나는 뭐가 되고 싶은게 아니라 그냥 살고 싶은거야’ 이런 대사가 나와요. 아, 와 닿더라구요. 그 말이 딱 맞아요.”

성전환자인권모임 지렁이의 공동대표 Female to Male 트랜스젠더 한무지씨. 그는 어렸을 때부터 본능적으로 로봇 그림 운동화에 환장하고 팽이치기에 빠져사는 ‘남자아이’였다. “어렸을 때 남자인 친척동생과 목욕을 하다가 ‘엄마, 난 꼬추 언제 나?’ 하고 물어봤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만 해도 스무살이 되면 성을 선택할 수 있을 줄 알았죠, 하하.”

▲신분증 제시는 모든 트랜스젠더들에게 부담이 되는 일이다 © 설동명 기자

그의 중학교 시절은 ‘남성성 과시에 열을 올리던 시기’였다. 기필코 치마는 입을 수 없다는 생각에 교장선생님과의 담판으로 바지 교복을 사수하고, 특유의 활발함으로 남자 급우들과 거리낌 없이 어울렸다.

하지만 여고에서의 생활은 그에게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었다. “‘여자들만 사는 공간’에 괴리감이 들더라고요. 처음엔 평범한 여고생처럼 살려고 노력도 해봤는데 잘 안됐어요. 성은 선택할 수 있는게 아니잖아요, 나는 남잔데. 여자가 되는건 불가능했어요. 그렇게 혼자 고민하다가 결국 학교를 그만뒀죠.”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서 제출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한무지씨 © 설동명 기자

사회생활 역시 순탄치는 않았다. 취직 후, 찰나의 실수로 성별이 밝혀지면 직장을 그만 둬야했다. 성폭력의 위험도 있었다. 교통사고로 출혈이 심해도 호르몬 투여로 중성화된 자신의 몸이 노출될까봐 정신을 놓을 수가 없었다. 자신을 옥죄는 주민등록번호 때문에 자신의 이름으로 취직 한번 하는 것이 힘들었다. 관공서, 은행, 병원, 빈번히 생기는 술자리에서도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우리나라에서 트랜스젠더들은 숨통이 막힌다.
▲성전환특별법 때문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진정서 제출 후 한 방송사와 인터뷰하고 있다 © 설동명 기자
이러한 트렌스젠더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현재 50여개 시민단체는, 성기성형을 전제로 하지 않고 호적정정을 할 수 있게 하는 성전환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다. 특별법에서 요구하는 조건은 정신과 의사 2인 이상의 진단서 그리고 생식기능이 없어야 한다는 것 두 가지다.

“유럽의 경우 원하는 성으로 2년 이상 살기만하면 호적정정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수술비용까지 국가가 부담해요. 많은 위험과 비용이 따르는 성전환수술을 강요하는 것은 트렌스젠더를 위한 법이 아니죠. 당분간은 이 일에만 매달려 있을거예요. 통과시켜야죠, 꼭.”

 

▲가슴수술 뒤에 오는 부작용 때문에 가슴에 피가 고였다. 현재 성전환수술에 대한 조금의 가이드라인도 세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트랜스젠더들은 항상 생명에 위협을 받는다 © 설동명 기자

 

 

 

 

 

 

 

 

 

 

 

 

 

 

 

▲3년간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와 압구정거리를 걷고 있다 © 설동명 기자

▲“몸도 아프면서 담배 좀 그만 펴!” 방금 병원을 다녀온 한무지씨에게 여자친구가 타박을 준다 © 설동명 기자

▲지렁이 대표 활동으로 바쁜 한무지씨에게 발이 되어주는 스쿠터 © 설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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