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는 없다

따뜻하고 열려있고 흥분을 시키는 매혹적인 작품, ‘버자이너 모놀로그.’ 새빨간 여성의 입술이 여성의 성기를 닮은 모양으로 서있는 포스터. ‘보지의 독백’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여성의 성기에 입을 달아놓았다. ‘버자이너’ 즉 ‘보지’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버자이너 모놀로그 포스터 ©

연극이 시작되자 주연인 장영남씨가 나와 머뭇거리며 여성의 성기에 대한 말을 시작했다. “‘보지’ 드디어 내가 말했네요.” 금기어로 알고 있는 그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자 객석은 순간 침묵했다. 관객의 심중을 헤아리기라도 한 듯 “그 말은 비속어도 욕으로 쓰이는 말도 아닌 우리 몸의 일부를 지칭하는 팔다리와 같은 순 우리말”이라며 ‘보지’에 관한 우리 머릿속 생각을 새로이 바꿔줬다.

이어 7살 어린이부터 70대 할머니까지 다양한 연령층 여성들의 이야기를 장영남씨가 1인 다역의 연기를 소화하며 여러 가지 느낌으로 풀어냈다. “군인들이 내 거기에 길고 두꺼운 개머리판을 박은 다음부터는 모든게 끝났어”라며 상처 입고 아파하는 여성들.

또 남편의 강압적 요구 때문에 음모를 전부 밀어야 했던 여성의 이야기에서는 눈물을 흘리며 남성의 여성에 대한 폭력의 잔인성을 보여줬다. 보지를 행복하게 만드는 여성의 이야기에서는 신음소리를 여러 가지로 분류해 모든 신음소리를 섞은 ‘멀티오르가즘’을 지휘하는 동작을 보여 유쾌한 웃음을 자아냈다. 「나 거기 있었다」라는 시를 읽어주며 보지는 생명을 잉태하는 숭고한 곳이기에 숭배하게 됐다는 이 연극의 원작자 이브 엔슬러의 이야기도 덧붙여져 있다.

또한 ‘앵그리 버자이너(Angry Vagina)’ 부분에서는 보지가 사회의 편견에 갇혀있는 우리들에게 화를 냈다. “템포, 생리대, 이런거 뭐야? 좀 편하게 못 만들어? 기술은 나뒀다가 어디 쓰는 거야”라는 보지의 화난 듯한 토로와 “힙 거들, 티팬티 이런거 입고. 엉덩이는 받쳐주고 난 죽으라는 거야?”라는 불평은 관객들에게 폭소를 자아내면서도 보지에 무관심하고 억압한 자신을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

공연이 끝난 후 오진욱(28)씨는 “지금까지 ‘보지’라는 말이 사회적으로 매몰되어 있었고 남녀가 서로의 신체에 대해 무지했었다”며 왜곡된 사회 분위기를 지적했다.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보지’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깨줌과 동시에 우리 몸에 대한 무지를 깨닫게 한다. 또한 관습적으로 억압되어 온 여성의 성을 확실히 해방시킬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 주고 있다.

연극을 감상하려는 분들께 장영남씨의 말을 빌려 말하고 싶다.

‘남자들은 여자들을 아끼고 사랑하며 여자들은 자신의 신체에 관심을 가지라고.’
진정 ‘보지’가 우리에게 ‘독백’하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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