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릴 둘러싼 모든 것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세태 속에서 힘겹게 우리 고유의 ‘전통’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기·예능을 보유한 장인들, 바로 ‘무형문화재’이다.

그 중 초적(풀피리) 기능보유자 박찬범(58)씨를 만나기 위해 우리대학 인근에 있는 ‘풀피리 연구소’를 찾았다. 박씨는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는 것이 힘들었다는 말을 했다. “서울시에 무형문화재 신청서만 7번을 냈어요. 2000년이 되서야 우리나라의 최초이자 유일한 ‘풀피리 무형문화재’로 선정이 됐습니다. 전통을 어떻게 살리고 이어나갈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 결실이죠.”

하지만 이러한 노력을 하는 장인들이 작품이나 공연 등에 대한 낮은 인식으로 인해 의지를 잃고 있다. 서울 무형문화재 전수회관의 소반장(소반을 만드는 전통적 기법을 전수받은 장인) 이수자는 생계를 걱정하는 입장이라고 토로했다. “요즘 공예품들은 인사동 나가보면 다 중국산이에요. 이런 걸 구분하지 못하니 비싸게 우리가 만든 건 잘 안 팔리지.”

자수장 이수자 이영궁(46)씨도 한땀 한땀 수를 놓으며 말을 이었다. “무형 문화재는 옛부터 내려온 장인들의 정신이자 혼이기에 돈을 주고 바꾼다는 것 자체가 상상하기 어렵죠. 그런데도 작품을 평가하고 감상하기보다는 막연히 싼 가격으로 사려는 사람도 많아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전통적 삶의 지혜와 숨결이 깃들어 있는 중요한 보배인 무형문화재. 가지각색인 우리 고유의 전통을 보존하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이영궁 씨는 “뜻있는 젊은 사람들이 와서 배운다면 자기 삶의 의미를 찾을 수도 있고 전통도 이어 나갈 수 있겠지만 전수자가 없으면 그대로 맥이 끊겨 한국의 문화가 사라져 버릴 수밖에 없어요”라고 말했다. 또 박찬범씨는 “많은 사람이 오랜 기간 배워 이수자가 생기면 전수는 금방 됩니다. 또 돈을 번다는 개념보다는 역사, 문화를 알리며 해야겠죠”라며 장기간 교육의 중요성을 말했다.

이렇듯 우리의 인식 변화와 관심을 기대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 ‘무형문화재’는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다. 무관심 속에서 잃어가는 그들의 예술혼과 생동감이 담긴 작품. 이제는 찾을 때가 되었다.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