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겹, 두 겹. 옷을 두껍게 입고 나도 모르게 단추를 여미는 계절이 다가왔다. 그래, 겨울이다. 벌써 또 한 해가 지나갔다니, 믿기지 않는다. 공포학번으로 새내기 새로배움터를 시작으로 열어 져친 나의 대학시절이 너무나 빠르게 지나간 것만 같아서 아쉽다. 스무살 이후의 시간은 총알보다도 빠르고, 점점 시간이 흘러가는 속도가 빨라진다고 했던 고학번 선배들의 씁쓸한 탄식이 나에게 다가올 줄은 몰랐다.

얼마 전, 첫눈이 내리던 날 국문과 전공 시간에 한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대학교 졸업식은 바로 ‘청춘의 졸업식’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학교를 졸업한 선배들은 2호선을 타고 가다가도 건대입구역 즈음에 오면 학교 반대쪽으로 몸을 돌리게 된다고 했다. “아직 왜 그런지 이해가 안가시죠?”라고 물으셨던 선생님. 조금 이해가 가려고 해요. 졸업이 1년이 남은 지금에 그 말을 듣는 순간에 가슴이 아릿해져왔다.

내 청춘이 이렇게 끝이 나는 것일까? 각박한 현실, 그리고 취업난. 멀게만 느껴졌던 모든 것이 이제 생활로 체감되기 시작하면서 ‘내 청춘의 졸업식’을 맞을 날도 얼마 남지 않게 느껴지기도 한다.

입시가 끝나고 나면 모든 것이 내 세상일 것만 같았다. 세상에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없다고 생각했던, 뜨겁기만 했던 열아홉 소년기는 나도 모르게 지나가 버렸다. 스물두 살이 되어서야, 소년기 때는 별 다른 감흥 없이 보았던 윤동주의 <별헤는 밤>이 이토록 슬픈 시 인줄은 이제야 알게 되었다. 차라리 모르고 지나갔으면 좋았을걸. 청춘이 가는 소리가 이렇게 들릴 줄은.

흘러가는 청춘과 어른이 되어가는 시간 속에는 반드시 교차점이 있을 것이다. 새내기들을 바라보면서 ‘지금이 좋을 때다’라는 말이 탄식처럼 내 입에서 흘러나올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문과대학 동아리 ‘글꾼’의 회장을 맡으면서도 나는 내가 한 공동체의 장을 맡으리라고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었다.

그런 것은 어른이 맡는 줄 알았다. 어른은 나이가 들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길거리에서 지나다니는 예쁜 숙녀들처럼 치마를 입고, 높은 굽의 구두를 신는 나이가 되면, 나 또한 내가 동경하던 누군가처럼 지혜로운 어른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아직 지혜로운 어른이 되지 못했다. 모든 것이 고개를 숙이고 겸허해지는 이 계절에는 마음먹고 성장을 해야겠다. 흘러가는 내 청춘의 시간이 아깝다며 아이로 남아있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니까. 겨울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며 내가 클 수 있도록 든든히 옷을 여미는 준비 시간이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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