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풀이가 어디 땅콩뿐이랴! 아무리 씹어도 닳지 않는 ‘껌’도 있다. 질겅질겅 아무 생각 없이 씹다 보면 희한하게 졸음이 스르륵 밀려온다. 잠깐동안의 선잠은 확 깰지라도 마냥 달콤하긴 한데, 입속에 달콤했던 껌은 사라지고 없다? 혀를 요리조리 굴려보니 껌은 흐물흐물 녹아서 입 안 곳곳에 끈기 없이 흩어져 있다. 대체 당신이 잠든 사이 입 안에 있던 껌이 무슨 봉변을 당한 것일까?

▲ © naver
우선 껌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알아야 한다. 츄잉껌을 기준으로 살펴보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끈기 있고 탄력 있으며 없어지지 않는’ 껌의 형체를 만들려면 천연수지나 천연고무, 합성수지, 합성고무 등의 재료가 필요하다. 계속 씹는 동안 고무가 낡지 않고 탄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충진제 등의 원료를 이용해 적당한 탄력과 볼륨을 준다. 껌을 이루는 재료들이 잘 섞이도록 유화제도 넣어줘야 한다. 이런 재료들을 껌을 이루는 기본 물질, ‘껌 베이스(gum base)’라고 한다. 껌의 맛과 향은 껌 베이스 외에 첨가물인 당류와 향료, 색소 등에서 기인한다. 껌 베이스는 물에 녹지 않지만 당분 같은 기타 성분은 껌을 씹으면서 침에 의해 용해되고 껌 베이스와 향만 남아 계속 씹게 되는 것이다. 껌 베이스는 입 안의 침과 효소 등에 의해 적당한 끈기가 돼 씹기 좋은 상태가 된다.

또한 체온을 넘지 않는 일정 온도에서 말랑말랑하게 되는데, 껌을 씹으면서 입 안으로 차가운 바깥 공기의 출입이 있기 때문에 껌이 체온에 의해 데워지는 일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껌을 물고 졸 때는 어떤가? 대체적으로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잔다. 덕분에 입 안의 온도는 계속 상승해 껌 베이스가 특유의 탄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온도가 된다. 고인 침에서 나온 효소성분은 껌 베이스를 분해해 껌을 끈기 없게 만든다.

▲ © naver
이해가 잘 안된다면 반대로 생각해보자. 껌을 씹다가 차가운 음료수를 마시면 껌은 딱딱해진다. 음료수로 인해 효소 성분이 있는 침의 농도는 흐려지고, 결국 말랑말랑할 수 있는 온도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자고 일어나보니 껌이 껌 같지 않아졌다고 마냥 신기해 할 일은 아니다. 껌이 과거와 달리 합성고분자물질이 주원료로 만들어진 식품임을 생각해보면 몸에 지니면서 분해시킬 만큼 유익한 물질은 아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